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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정책, 선거 도구로 전락 안된다

경남의사회 마상혁 공공의료위원장
발행날짜: 2025-06-02 05:00:00

경남의사회 마상혁 공공의료위원장

조원준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의 발언은 정치권이 여전히 의료정책을 '정무적 설계물'로 여긴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하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정책이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풍경은 결코 새롭지 않다. 그러나 그 익숙함이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 조 수석의 발언은 그동안 민주당이 의료정책을 어떻게 다뤄왔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의료는 공공의 영역이라면서도, 전문가 집단과의 협의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 법안 상정과 공약 남발을 반복했던 그 태도는 이번에도 여전하다. 공공의대 설립을 대책도 없이 추진하고, 국립의대 신설을 언급하며 지역 불균형을 '정치적 포장'으로 감쌌던 방식이 그 전형이다.

'의료개혁 공론화위원회'라는 기구를 신설하겠다는 계획 역시 과거 민주당이 반복해온 전형적인 '형식적 공론화'의 재탕이다. 공론화라는 단어가 거버넌스를 대체할 수 있는 말은 아니다. 전문가 집단의 정당한 절차적 참여 없이, 정부·정당 주도의 위원회가 '국민적 합의'라는 이름으로 밀어붙여 온 전례는 셀 수 없이 많다. 대표적으로 공공의대 신설 논의 당시 보건복지부 소위에서 아무런 사전 협의 없이 법안을 논의하자고 한 일이 있다. 그렇게 급조된 공론화의 결과가 사회적 갈등만 키웠다는 사실을 조 수석은 애써 무시하고 있다.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겠다'면서도 '원점 재검토'라는 표현을 쓴 야당을 비판한 것은 스스로의 이중잣대를 보여준다. 정권은 바뀌어도 정부는 계속된다는 논리를 들이대면서, 정작 본인들은 정권이 바뀌자 공공의료 확충이라는 구호를 되살리고 있다. 누구보다 정권교체에 따라 정책의 방향이 좌우되는 상황을 반복해온 정당이, 지금 와서 행정의 연속성을 운운하는 것은 설득력을 잃는다. 비판은 자유지만, 자가당착은 책임져야 한다.

특히 '의대생과 전공의는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는 표현은 정치인의 언어가 가져야 할 최소한의 품격마저 상실했다. 복귀 여부를 판단해야 할 주체는 개인이다. 이들이 느끼는 불신은 단지 윤석열 정부 때문이 아니다. 지난 정권에서도 갑작스런 정책 발표와 전공의 배제는 일상적이었다. '실현 가능성'이라는 미명 아래 추진된 정책이 왜 실패했는지 성찰 없이, 상대 진영의 공약만 '소모적 논쟁'이라 치부하는 태도는 의료인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

공공의료 확대와 의사 인력 확충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 출발점은 '근거'와 '예측'이어야 한다. 공공의대를 만든다며 수천억 예산을 쏟아붓고도, 그 인력이 실제 현장에서 활동할 시점은 15년 뒤다. 지방소멸과 병행되는 지역의료 붕괴를 해결하겠다면서도, 정작 그 문제의 본질인 지역 인프라와 인력 유입 여건에 대해서는 아무런 해법도 내놓지 않았다. 공공의료사관학교든, 국립의대든, 이름만 바뀐 땜질식 제안이 의료정책이 될 수는 없다. 애초에 의료인력 수급에 대한 중장기 예측도 없는 상태에서 정책을 짜겠다는 발상 자체가 공허하다.

민주당의 의료 공약이 가진 근본적인 한계는 장기적인 전략 부재에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세대, 즉 소아청소년 보건 문제에 대한 완전한 무관심이다. 인구절벽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출생률 문제만 부각하고 정작 태어난 아이들의 건강권, 접근 가능한 소아 진료 인프라, 소아전문 의료인력 확충에는 언급조차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의 소아청소년과 병·의원은 폐과 위기에 몰려 있다. 수도권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아이들이 위급상황에 놓였을 때 갈 수 있는 병원이 사실상 없다는 비극적인 현실 앞에서, 민주당의 공약 어디에서도 문제를 인식한 흔적조차 찾기 어렵다.

이는 단순한 실수나 우선순위의 차원이 아니다. 어린이의 건강과 생명은 한 국가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된 문제다. 그런데도 이를 외면한 채 표를 의식한 단기적 처방만을 늘어놓는 태도는, 민주당의 의료정책 전반이 철저히 '선거용 설계물'이라는 증거다. 대중에게 보이기 위한 메시지만 반복할 뿐, 그 메시지를 실현할 실행 구조나 재정계획, 인력 육성 시스템은 부재하다.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은 비판받아 마땅한 지점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전 정권의 사업이니까 색안경을 끼지 않겠다'는 조 수석의 말과 달리, 민주당은 정작 자신들이 내놓는 공약에 대한 내적 검증조차 부족하다. 의보재정 악화를 불러온 문재인 정부의 각종 보장성 강화 정책을 되짚어보지 않고, 똑같은 확장적 재정을 다시 약속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전문가 중심의 거버넌스가 없는 의료정책은 늘 그래왔듯 국민 불신을 낳는다. 공론화위원회나 TF 같은 일회성 기구로는 불가능하다. 정치적 상상력 이전에, 전문가적 기획이 먼저다. 환상에서 깨어나야 할 대상은 전공의가 아니라, 의료정책을 정권의 선거 도구로만 여겨온 정치권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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