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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법, 편리함보다 '전문성'이 필요하다

의료정책학교 장재영 교육연구처장
발행날짜: 2025-06-23 05:00:00

의료정책학교 장재영 교육연구처장

21일, 간호법이 시행됐다.

그 핵심은 그간 'PA(Physician Assistant, 진료지원인력)'로 불리며 제도 밖에서 활동해 온 간호 인력들을 '전담간호사'로 양성화하는 데 있다. 의사와 간호사 사이 어딘가에서, 보호받지 못한 채 위험한 업무를 하던 인력들이다.

이들에 대한 법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이 법이 갑작스레 통과된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다. 무리한 의대증원 정책으로 인한 부작용, 즉 전공의 인력 공백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이용되면서 입법 전에는 무(無)거버넌스에 대한 비판, 입법 후에는 여러 직역단체의 갈등을 양산했다.

하지만 간호법이 시행된 지금, 간호법이 옳다/그르다의 2지 선다로 접근하는 것은 생산적 논의를 막을 뿐이다. 우리 의료계는 이러한 인력의 배치와 교육, 더 나아가 충분한 숙의를 통해 정책이 생산되는 거버넌스 구축 등 복잡한 서술형 문제를 풀어내기도 바쁘다.

전담간호사의 도입은 한국 의료 인력 체계의 방향성을 바꾸는 패러다임 변화로 해석하는 것이 마땅하다. 업무 범위뿐만 아니라, 자격 면허 체계 (책임의 위임), 교육 및 평가, 나아가 보건 재정 설계 (전담간호사 및 전문간호사가 제공한 서비스의 비용) 까지, 넓은 범위에서 상당한 정책적 변화를 수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가 오랫동안 상존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제2차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 (2023-2027) 에는 '사회적 논의를 거쳐 PA 간호사 개선 방안 마련' 정도의 내용만 기술되어 있으며, 법률로써 의무적으로 수립해야 하는 '보건의료인력 종합계획 (2020-2024)' 에서조차 '전문간호사-임상전담간호사 등 고급간호인력 역할 확대 필요' 정도의 일반론 정도만 언급하고 있다.

물론 당시에는 법적 근거 없이 재정사업으로 편성할 수 없는 현실이 있음을 감안해야 할 것이나, 이를 단순한 실수로 보긴 어렵다. 의료자원의 배분, 의료전달체계 등 보건의료 정책 전반의 방향을 담은 최상위 법정 계획인 '보건의료발전계획' 조차 25년간 미뤄 온 그간의 행태를 보면, 정부는 구조적 무계획 상태였음을 알 수 있다.

간호법도 이와 비슷했다. 의대증원에 맞춰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간호계 내에서조차 '진료지원업무 체계 구축 논의가 전문간호사 제도와 연계되지 않은 채 밀실 협의로 진행된 점은 심각한 문제'라며 지적한 바 있다.

청년 세대로서 현 의료사태와 간호법 시행을 마주하며 갖는 문제의식은 보건의료(인력) 정책에 관한 사회적 숙의 과정의 실종과 거버넌스의 빈약함이다.

한편, PA라 불리던 기존의 인력들을 일정 교육을 통해 전담간호사로 편입하는 방안은 그럴듯해 보인다. 당장 의료 현장에 적용할 수 있다는 '편리성'이 있겠으나 그것이 의료 환경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합리성 있는 정책인지는 고민을 해보아야 할 문제다.

현재 전담간호사의 7개 전담 분야 중 호흡기, 혈관, 창상, 전문, 근골격, 여성건강, 비뇨기, 심혈관, 체외순환 분야의 경우는 상당수가 기존 전문간호사의 육성 분야와 직간접적으로 중첩된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전문간호사는 석사 학위와 300시간 이상 실습을 이수한 후 전문적인 간호 영역을 갖는 자격을 갖춘 인력으로, 해외와 비슷한 기준을 요한다. 현재 보건복지부 안에 따르면, 3년 이상의 임상 경력과 200시간 이상의 교육을 받으면 간호인력이 의사의 업무를 위임받아 수행하게 된다.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이는 타 국가와 비교했을 때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의사의 업무가 위임되어야 한다면 어떤 직군에 위임되는 것이 옳은가. 그 주체는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인력이 되어야 함은 명확하다.

일각에서는 전문간호사 제도는 의료 현장과 맞지 않고, 전담간호사를 별도로 규정해 제도를 유연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업무의 유연화와 제도적 편리성을 위해서는, 허들이 높은 전문간호사 제도를 이용하는 것보다, 전담간호사의 업무범위를 새롭게 규정하여 전문간호사와 분리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침습적 행위를 한다는 것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임을 주지해야 한다. '편리성'에 기대어 쉬운 길을 가는 것보다, 조금 시간이 걸리고 돌아가더라도 '전문성'이 확보되는 방향으로 제도를 이끌어 나가야 할 것이다.

물론 제도 도입 초기에는 기존 인력을 일정 교육을 통해 편입시키는 방안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전문성을 갖춘 인력으로 진료지원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그게 환자에게도, 의료진에게도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길이다.

진료지원인력 제도의 도입은 이미 현실이 되었으며, 이를 어떤 방식으로 제도화하고, 앞으로의 거버넌스를 어떻게 구축할 지가 남은 숙제이다. 진료지원인력 제도는 '전담'의 이름으로 전문성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성에 기반한 책임 위임을 가능케 하는 제도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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