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주사제 중심이던 비만 치료제 시장이 '하루 한 알' 먹는 경구제 시장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가운데, 글로벌 빅파마 간의 영토 확장이 미국을 넘어 유럽 시장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허가 흐름에 발맞춰 한국법인들 역시 국내 시장 도입을 위한 전초 작업에 착수했다. 특히 단순 제품 도입을 넘어 비만과 당뇨병 사업부를 통합하는 등 조직 개편을 통한 체질 개선에 나서 주목된다.

효능·인지도 앞세운 '위고비 필' 영역 확장
제약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지난 15일(현지시간) 노보 노디스크(이하 노보)의 경구용 비만 치료제 '위고비 필(세마글루타이드)'의 품목 허가를 최종 승인했다.
이로써 위고비 필은 유럽 내 최초의 경구용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타이틀을 확보하게 됐다.
이번 유럽 승인은 글로벌 시장의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먼저 시장이 열린 미국 경구용 비만약 시장(위고비 필 2026년 1월 출시, 파운데요 2026년 4월 출시)의 초기 점유율 경쟁에서는 노보가 다소 우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기존 주사제와 동일한 브랜드명을 사용해 의료진과 환자에게 높은 친숙도를 제공한 데다, 임상에서 입증된 16.6%(치료 순응 환자군 기준)의 우수한 체중 감량 효과가 처방 현장에 즉각 반영된 결과다.
노보 마이크 두스트다르(Mike Doustdar) 사장 겸 CEO는 "이번 허가는 단순한 규제적 이정표를 넘어 비만 환자들의 지속 가능한 건강을 향한 중요한 도약"이라고 평가하며, "유럽 내 가장 심각한 공중보건 과제 중 하나인 비만 극복을 위한 강력한 사회적 대응책이 마련된 셈"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후발 주자인 일라이 릴리(이하 릴리)의 '파운데요(오르포글리프론)'의 추격 기세도 만만치 않다. 파운데요는 비펩타이드성 '소분자(non-peptide)' GLP-1 수용체 작용제라는 독보적인 약물 유형적 강점을 지니고 있다.
매일 아침 공복 상태에서 물 한 모금으로 복용하고 이후 30분간 금식을 유지해야 하는 위고비 필과 달리, 파운데요는 식사 여부나 물 섭취 제한 없이 편하게 복용할 수 있어 편의성 면에서 확연한 우위를 보이기 때문이다.
임상 기간(약 72주) 동안 확인된 체중 감소율 또한 약 12~15% 수준으로 위고비 필을 바짝 뒤쫓고 있다.
업계에서는 본격적인 점유율 경쟁이 하반기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릴리가 미국 3대 PBM(처방약급여관리업체) 보장 목록에 파운데요를 전격 등재시키며 보험 가입자 기준 월 25달러 수준의 약가 경쟁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나아가 화학 합성 제제 특유의 강점을 살려 대량 생산을 통한 글로벌 공급망 확대에 나설 경우, 장기적인 판세는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법인 '효율성 극대화' 총력전
글로벌 허가 레이스가 본격화되면서 국내 의료계와 산업계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국내 도입 시점으로 쏠리고 있다. 양사 한국법인은 구체적인 출시 일정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신청을 위한 내부 검토 및 사전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의료계 관계자는 "주사제 제형인 위고비와 마운자로가 이미 국내 처방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만큼, 편의성을 대폭 개선한 경구제의 수용성도 매우 높을 것"이라며 "결국 인허가 속도와 공급 물량 확보가 향후 초기 시장 선점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재 한국릴리는 파운데요의 글로벌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국내 허가 신청을 검토 중이며, 한국노보노디스크 역시 글로벌 허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규제당국 대응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동시에 한국법인들이 국내 출시를 앞두고 내부 조직 재정비에 돌입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한국노보노디스크제약에서 감지된다.
한국노보노디스크는 최근 그동안 별개로 운영해 오던 '비만 사업부'와 '당뇨 사업부'를 전격 통합했다.
비만과 당뇨병, 그리고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까지 결국 '만성 대사질환'이라는 하나의 큰 연결고리 안에 묶여 있는 만큼, 개별 단위의 마케팅과 영업망을 일원화해 통합적인 접근 전략을 마련하겠다는 계산이다.
아울러 이는 글로벌 본사의 통합 대사질환 조직 운영 흐름과 궤를 맞추겠다는 의지로도 풀이된다.
이 과정에서 기존 비만 사업부 헤드 및 일부 계약직 영업 인력이 퇴사한 것으로 전해지는 등, 한국노보노디스크는 출시 전 체질 개선을 위해 실무진 라인을 유기적으로 재배치하는 작업을 단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한국릴리는 기존 마운자로의 국내 영업·마케팅 인력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와 함께 비만에 대한 질병 인식을 제고하기 위한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등 시장 저변 확대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기존 주사제 시장에서 릴리의 고용량 제품 공세와 노보의 방어전이 치열했던 만큼, 경구용 신약 도입을 앞두고 한국법인들이 조직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이라며 "당뇨와 비만, 대사질환 영역을 아우르는 선제적 포트폴리오 구축이 향후 국내 시장 안착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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