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근경색 급성기 치료는 OECD 최상위권이지만, 정작 예방·후송·재활은 빵점입니다."
심장 기능 회복, 증상 완화, 재발 및 사망률 감소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심장재활'에 급여가 적용된지 8년. 성적표는 어떨까.
여러 근거를 통해 심장재활만으로도 심장 관련 사망률 약 40% 이상 감소뿐 아니라 심장병 재발·재입원·재수술 위험의 감소, 고혈압, 당뇨 등 위험 인자 관리 개선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지만 임상 현장에서 다른 목소리가 들린다.
무엇보다 급여 적용 이후에도 재활 참여자 비율이 적게는 3~4%로 추정되면서 급여화 이후를 고민해야 할 단계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 25%대의 미국, 30~40%대의 유럽과 비교해도 상대적으로 저조한 성적표를 기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심장병 환자의 재활치료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하며, 관련 교육, 연구, 정책, 홍보 등에 힘쓴 상계백병원 재활의학과 김철 교수(대한심장호흡재활의학회 명예회장)를 만나 심장재활의 현황 및 개선점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심장재활 급여화 이후에도 참여율 요지부동
심장재활의 핵심 가치는 '재발을 막는 치료'에 있다. 김철 교수는 "심근경색이나 협심증 환자의 연간 신규 환자 중 약 20%는 재발 환자"라며 10명 중 2명은 다시 병원을 찾게 되는 현실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 통계에서 심근경색의 발병 피크가 65세, 재발 피크가 75세로 나타난다는 점을 지적하며 "정확히 10년 주기로 재발 위험이 높아지는 만큼 이를 차단하는 관리가 필수적이다"라고 했다.
김 교수는 심장재활의 필요성을 단순한 운동치료 이상의 개념으로 설명했다.

그는 "심장재활을 하지 않으면 환자는 더 자주 재발하고 결국 다시 급성기 환자가 돼 병원에 오게 된다"며 "그 과정에서 이전에 시술을 했던 의료진이 바뀌었거나, 급성기 대응 의료체계가 축소된 상황이라면 환자는 더 큰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했다.
급성기 환자가 몰리면 필연적으로 병원의 대응 여력은 떨어지고 이는 다시 예후 악화로 이어진다는 것. 심장질환 관리 부실은 심장병 재발뿐 아니라 뇌경색 증가로도 이어진다.
심장재활은 겉보기엔 급성기 치료 이후 시행되는 '사후관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급성기 치료 체계 유지와 사망률 감소에 직접적으로 연결된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약물 치료도 가장 적정한 약을 정확히 처방·복용해야 하고 위험인자 관리를 철저히 하며 운동 능력과 삶의 질을 높이는 과정까지 모두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급성기 심근경색 치료 수준은 OECD 국가 중 최상위권이지만, 정작 예방·후송·재활 단계는 "빵점 수준"이라는 것이 그의 평가다. 그는 "급성기 진료를 세계 최고로 잘하는데도 사망률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이유가 바로 재활과 재발 예방 체계 부족"이라며 심장재활의 국가적 중요성을 분명히 했다.
그런 의미에서 2017년 심장재활 급여화 이후 8년간의 현실을 '기대와 전혀 다른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급여가 적용되면 참여율이 최소 30~40%는 오를 줄 알았다"며 "하지만 실제 참여율은 5.8%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이는 몇 년 전 수치로, 곧 대한의학회지에 게재될 최신 연구에서는 약 7~8% 수준으로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참여율 산정 방식.
김 교수는 "36회 심장재활 프로그램 전체를 충실하게 이수한 환자 기준으로 하면 참여율은 훨씬 더 낮아진다"며 "실제 의료진이 처방한 프로그램에 끝까지 참여한 환자는 3~4% 수준에 불과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의 참여율이 '한 번이라도 교육 또는 운동치료를 받은 환자'를 포함해 계산된 수치이기 때문에 실제 완전 참여율과는 큰 차이가 있고, 해외와 비교하면 격차는 더 뚜렷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
미국의 평균 참여율은 약 25%, 유럽은 국가별 편차가 크지만 평균 30~40% 수준으로 국가 간 제도 차이가 있지만 전반적으로 한국보다 월등히 높다.
김 교수는 특히 "미국의 경우 메디케어·메디케이드가 적용되는 65세 이상 환자에서는 참여율이 60%까지 보고된다"라고 설명했다. 보험 구조가 명확하고 비용 장벽이 낮을수록 참여가 높아진다는 의미다.
■"1회당 2만6800원, 36번 지출은 심리적 허들로 작용"
김철 교수는 심장재활 참여율이 급여화 이후에도 낮은 이유에 대해 "가장 큰 문제는 시간과 거리"라고 잘라 말했다. 심장재활은 입원 치료가 아니라 최소 3개월간 병원에 다니며 진행하는 통원 프로그램이어서 직장인이나 자영업자 등 시간적 여유가 부족한 환자에게는 큰 장벽이 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병원이 멀고 시간도 없는데 굳이 와서 운동치료를 받을 이유를 스스로 못 느끼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거리·시간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서 참여율이 자동으로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김 교수는 병원이 가까워도 오지 않는 환자들이 있는데, 그 핵심 요인을 '동기 부족'으로 규정했다. 급성기에는 통증·호흡곤란 등 즉각적 위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도 병원을 찾지만 재활 단계에서는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사라지기 때문에 환자 스스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는 "심장재활은 당장이 아니라 5년, 10년 뒤의 재발과 합병증을 막기 위한 치료다. 하지만 환자는 현재 불편함이 없으면 미래 위험을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짚었다. 의료진의 설명 시간 부족도 중요한 장애 요인으로 꼽혔다.
김 교수는 "심장내과·흉부외과 진료에서 생활습관, 운동, 재활의 중요성을 길게 설명할 시간이 없다 보니 환자가 '안 해도 되는 선택사항'으로 오해하기 쉽다"라고 말했다. 약 처방은 강조하지만 재활은 강조하지 못하는 구조가 참여율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도적 한계도 뚜렷하다. 현행 급여 체계에서는 심장재활을 1년 안에 36회까지 받을 수 있지만, 의학적으로 더 필요한 환자라도 추가 재활을 받을 수 없다. 그는 "노인이나 신부전 환자처럼 회복 속도가 느린 환자는 더 해야 하지만, 법적으로 급여가 끝난 뒤 비급여로 이어갈 수도 없다. 본인 부담으로라도 더 받고 싶어도 불법이라 못 한다"라고 설명했다.
비용 부담 역시 현실적인 문제다. 현재 심장재활 1회당 환자 본인부담금은 2만6800원 수준으로, 36회 참여 시 상당한 비용이 누적된다. 김 교수는 "입원 당시 산정특례를 받은 환자라면 퇴원 후 3개월 동안 시행하는 심장재활까지 특례를 확대 적용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그는 심장재활을 선택이 아닌 필수 치료라고 강조하며 "급여화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환자가 동기부여를 갖고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구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참여율 제고, 가정 심장재활 수가+DTx 수가로 해결 가능
심장재활 급여 기준을 개선하려면 무엇보다 '환자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철 교수는 현행 1년 36회 횟수 제한을 가장 먼저 손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인, 신부전 등 회복 속도가 느린 환자는 36회로는 목표 도달이 어렵다. 의사 소견에 따라 추가 재활이 필요하면 급여를 더 인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핵심 개선 과제로 '가정 심장재활' 급여화가 꼽혔다. 김 교수는 병원 방문이 어려운 환자를 위해 유럽에서는 이미 가정 기반 재활이 폭넓게 급여화돼 있다고 설명하며 "한국은 아예 코드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가정 심장재활은 단순히 '집에서 운동하세요'가 아닌, 평가·운동 처방·교육·모니터링 등 상당한 의료 인력이 투입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급여 없이는 운영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는 "참여율 제고에는 가정 심장재활이 사실상 필수인데 급여가 안 되니 어느 병원도 활성화되지 못한다"며 "가정 심장재활과 연계한 ICT 기반 모니터링 수가 신설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환자가 집에서 운동하면 운동량·맥박·운동 강도가 실시간 또는 주기적으로 의료진에게 전송되는 구조로,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디지털 재활 모델이다.
다만 "디지털 치료나 원격 모니터링 수가는 가정 심장재활 코드가 신설돼야 그다음에 만들 수 있다"며 두 제도는 동시에 정비돼야 한다고 했다.
제도 개선과 함께 심장재활 수행 병원 확대 역시 빠질 수 없는 과제로 지목됐다. 가정 심장재활을 시행하려면 기본적으로 병원 내 평가·위험도 분류·교육 인프라가 갖춰져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환자가 가정 재활을 해도 되는지, 즉 저위험군인지 판단하려면 기본 평가가 필요하다. 고위험군은 반드시 병원에서 재활해야 하기 때문에 병원 내 재활팀이 필수"라고 말했다.
그는 "가정 재활이 활성화돼도 병원 기반 재활 인프라가 없으면 전체 참여율을 끌어올릴 수 없다"며 병원 수 확대, 인력·시설 기반 강화, 평가 체계 표준화를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도 개선에 따른 참여율 향상 가능치도 단계별로 제시됐다.
그는 "현재 제도와 인프라 기준에서는 최대 10%가 현실적이고, 시설·인력·장비가 확충되면 최대 20% 수준까지 기대할 수 있다"며 "가정 심장재활이 확대되면 30~40%, 여기에 디지털·버추얼·원격 재활까지 더해지면 최대 50%까지는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20~30년 뒤 지금의 젊은 세대가 중년으로 진입하는 시점에는 장기 목표로서 70%도 내다볼 수 있다"며 "심장재활을 급성기 치료의 연장선이 아니라 사망률을 줄이는 필수 치료로 봐 달라"고 강조했다.
이어 "심장재활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좌우하는 치료라는 관점에서 환자가 오고 싶어 하는 구조, 의료진의 참여를 유도하는 환경, 병원이 운영할 수 있는 제도가 갖춰져야 참여율이 올라간다"며 "노인 인구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지금이 제도 개선의 적기"라고 변화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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