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심장학회 산하 연구회였던 혈관연구회가 이달 3일 대한혈관학회로 공식 출범했다.
학회는 동맥에 발생하는 질환의 병태생리, 진단·치료 관련 해외 유관학회와의 협력 연구 등 경험을 토대로 정맥 및 림프질환과 같이 그간 조명받지 않았던 분야에 대한 집중 연구를 예고했다.
건강검진기관에 산재해 있는 혈관검사 자료 표준화 및 혈관 측정 기술을 활용한 웨어러블과 같은 최신 IT기술 접목에도 역할이 필요하다는 게 학회 측 판단.
다만 고혈압, 당뇨, 이상지질혈증 모두 혈관의 변화를 유발하고, 다양한 만성질환이 혈관 문제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태생부터 차별화라는 숙제를 떠 앉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미 2014년 출범한 한국혈관학회와의 중첩되지 않는 역할론에 대한 설정도 마찬가지.
성기철 대한혈관학회 이사장(강북삼성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을 만나 주요 사업 계획 및 목표에 대해 들었다.
성 이사장은 "심장학회 산하 연구회로서 시작해 2005년도에 처음 태동해 산하 연구회로는 가장 역혁이 오래됐다"며 "심장학회 연구회로 존재하면서 혈관학 교과서를 두 판이나 출간했고 혈관 매뉴얼을 만들기도했다"고 밝혔다.
그는 "국제학술대회인 Pulse of Asia와 국제학술지 PULSE도 운영하는 등 어느 정도 독립된 학회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며 "산하 연구회로 머무르기에는 회원들 규모 면에서 덩치가 커지기도 했고, 회원 내부에서 세분화된 연구에 대한 수요가 있어 학회 승인을 거쳐 독립하게 됐다"고 밝혔다.
의학 기술의 고도화, 관심 분야의 세분화에 따라 심장학회를 모체로 중재시술학회, 심부전학회가 태동한 것과 마찬가지로 혈관 자체에 집중하는 혈관학회의 태동은 자연스런 수순이라는 것. 실제로 내과가 순환기내과, 내분비내과, 심장내과 분리됐지만 각 연구의 고도화를 통해 시너지를 내처럼 혈관학회의 태동은 전문화와 다학제화를 통해 기존 학회와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양한 만성질환이 혈관의 변성과 그로 인한 질환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는 학회 지속성의 필수 요소로 떠오른다.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성 이사장은 "고혈압, 당뇨, 이상지질혈증도 혈관의 변화를 유발한다"며 "혈관 질환 극복과 연구를 목표로 한다는 점에선 다른 내분비 계열 학회와 공유되는 지점이 많을 수밖에 없지만 타 학회가 주로 혈관 변성의 원인 및 예방에 초점을 맞춘다면 우리는 그 결과에 주목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혈관의 변화를 촉진하는 원인이라는 인풋이 있어서도 개인별, 질환의 중증도, 유병기간에 따라 그 아웃풋은 일관되지 않다"며 "우리 학회는 동맥의 변성이 발생했다면 그 변성 정도를 측정해 향후 뇌경색, 심근경색의 이차적인 질병의 발생 단계를 예측하는 쪽에 초점을 맞춘다"고 밝혔다.
그는 "혈관의 변성 정도를 직접 측정하고 혈관을 직접 관찰하자라는 게 기본 관점"이라며 "국제학회인 Pulse of Asia 및 유럽 학회, 북미학회들도 이와 비슷한 관심사를 공유한다"고 말했다.
특히 당뇨, 고혈압학회 등 메이저 학회들이 임상 예후적 측면을 강조하면서 정맥질환, 림프 질환, 심장 혈관 재활, 정맥 혈전까지는 포괄해 연구하고 토의하는 장은 마련되지 못했다는 것이 그의 판단.
혈관만을 전문으로 하는 약물 개발도 적은 데다가 조직화된 기관이 없다는 점에서 대한혈관학회가 심장내과, 예방의학과, 재활의학과 전문의와 생리학, 의공학, 스포츠의학 관련 전문가가 한 데 융합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성 이사장은 "혈관 질환에는 심장내과라든지 예방의학 등 다양한 전문과들의 다학제적인 접근이 필요해 현재 회원은 500여명이지만 외연 확대의 유연성이 커 향후 규모는 빠르게 커질 것으로 본다"며 "이를 위해 심장재활위원회, 정맥혈전위원회, 역학위원회, 건강검진위원회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는 "심장 재활을 재활의학과에서 다루기도 하지만 큰 줄기에서 떨어져 있기 때문에 관심도가 떨어지고, 혈관 재활 영역에서 인공 혈관 제작 등 의공학과의 역할이 필요하지만 그간 심장학회 회원의 지위를 부여받지는 못했다"며 "이번 학회 출범을 계기로 조명받지 않았던 영역에 활기를 불어 넣겠다"고 강조했다.
먼저 태동한 한국혈관학회와의 역할 중첩에 대한 방향 설정에 대한 해법도 필요하다.
성 이사장은 "먼저 출범한 한국혈관학회와 비슷한 명칭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선 무거운 마음이 든다"며 "일반인이 볼 때 두 학회가 비슷하게 보이지만 실제 연구 영역에서 볼 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역할 중첩에 대한 갈등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혈관학회는 기초의학에 근거해 조직학적 관점에서 실제 혈관을 연구하는 학문이고, 대한혈관학회는 임상의학적으로 기초의학 지식을 임상 영역에서 어떻게 활용할지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두 영역이 모두 중요하기 때문에 일부 한국혈관학회 임원을 본 학회의 임원으로 모시기도 했다"며 "향후 두 학회가 협력할 일들이 많아지길 기대하고 그렇게 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학회의 주요 목표로는 건강검진기관에 산재한 혈관검사 표준화 및 진료 가이드라인이 설정됐다.
성 이사장은 "동맥이 얼마나 딱딱해졌는지 판단하기 위해 동맥 경직도 검사를 시행한다"며 "문제는 건강검진기관별로 데이터 표준화가 안 돼 있을 뿐더러 데이터를 해석하는 기준도 다르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산재한 데이터를 잘 취합하면 결과의 표준화를 위한 평균 분포를 산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이외에 검사 방법의 표준화까지 갖춰지게 된다면 이를 교육 자료로도 활용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수치를 두고 A, B라는 기관에서 서로 다른 해결책을 제시한다면 의료기관은 물론, 검사 자체의 신뢰도까지 하락할 수 있다"며 "학회 차원에서 근거를 수집해 표준화 작업을 완수하겠다"고 했다.
이어 "혈관 질환과 관련해 외국의 진료 지침을 차용하는 정도가 많은데 학회 주도로 국내 환자, 임상 특성에 맞는 진료 지침도 제작해야 하는 것을 과제로 삼았다"며 "과학적 기초에 근거한 진료 지침이 마련되면 국내에서 특히 인색한 혈관 질환 관련 보험 수가 마련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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