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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도, 환자도 불만…이상한 나라의 보장성

발행날짜: 2013-07-03 06:33:01

창간기획CT·MRI 급여화 함정…저수가로 인해 모두가 지는 게임

CT, MRI검사에 대한 보장성을 높이면 환자의 만족도가 올라갈까?

앞서 일부 항목에 대한 CT, MRI 급여화 정책을 살펴볼 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환자와 의료기관 양측 모두 만족하지 못하면서 건보 재정만 낭비하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검사 건수 급증…건보재정 압박하자 수가인하

정부는 지난 1996년 CT 검사를 급여로 인정한데 이어 2005년에는 MRI, 2006년에는 PET(양전자 단층촬영) 검사를 급여화했다.

환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병원 문턱을 낮추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급여화 이후 CT, MRI, PET 등 고가 의료장비의 검사건수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의료기관의 도덕적 해이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국감에서 심평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CT 검사를 받은 환자가 매년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7년만 해도 CT 검사를 받은 환자는 327만명, 촬영 건수는 319만건(1인당 1.3건)에 그쳤지만 그로부터 4년후인 2011년에는 411만명, 567만건(1인당 1.4건)으로 늘었다.

2007~2010년 CT재촬영 현황(단위: 명, 백만원)
또 심평원이 제출한 연도별 CT 재촬영률을 살펴보면 10명 중 2명꼴로 재촬영했으며 그에 따라 매년 약 110억~130억원의 건보재정이 소요되고 있었다.

1차 CT 촬영후 30일 이내 동일상병으로 타 기관에 내원한 환자 수는 지난 2007년 37만여명에서 2008년 41만명, 2009년 49만명, 2010년 47만명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이어 이들 중 또 다시 CT 촬영을 한 환자 수는 2007년 8만여명에서 2008년 8만 4천여명, 2009년 9만 8천여명, 2010년 8만 8천여명으로 집계됐다.

CT 재촬영 건수가 증가할 수록 건보재정 또한 급증했다. 지난 2007년 117억원에서 2008년 124억원, 2009년 145억원, 2010년 131억원의 건보재정이 빠져 나갔다.

환자 입장에서 CT, MRI 검사 비용에 대한 부담은 줄었지만 불필요한 검사가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긍정적인 효과라고 보기 힘들다.

이처럼 의료기관의 도덕적 해이 논란이 계속되고 CT 이외 MRI, PET 검사 건수 증가로 건보재정을 압박하자 급기야 정부는 고가의료장비 검사수가를 인하했다.

익명을 요구한 병원 관계자는 "급여화되면서 수익이 감소하는 게 아닌가 우려했는데 검사건수가 늘면서 오히려 병원 경영에 도움이 됐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정부가 고가 의료장비에 대한 검사수가를 인하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모 중소병원 관계자는 "환자가 많은 대형병원들은 수가가 인하되더라도 검사건수를 늘려 타격을 줄일 수 있지만, 중소병원에게 수가인하는 직격탄"이라고 말했다.

"더 비싼 장비 도입" 병원들 출혈경쟁

여기까지 보면 의료기관들이 CT. MRI 검사건수를 늘려 꽤 짭짤한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들도 나름의 속사정이 있다.

의료기관들은 '더 비싸고, 질 좋은' 장비를 경쟁적으로 도입했고 병원 경영 압박은 검사 건수 증가로 이어지면서 악순환이 시작됐다.

충청도 A중소병원장은 "인근 병원에서 CT, MRI 등 고가의 의료장비를 들여놨다는 소식을 들으면 더 좋은 장비를 구비해야 한다는 생각에 병원 예산을 쏟아부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병원간 경쟁이 붙다보니 장비 교체시기가 안됐어도 다시 구입했고, 이는 곧 병원 경영에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전했다.

CT검사 장비의 경우 320채녈은 10억원 이상 호가하고 32채널도 5억~6억원으로 중소병원에선 꽤 부담스러운 비용이다.

CT보다 고가인 MRI장비를 들여놓은 병원들이 느끼는 부담감은 더 크다.

MRI장비의 경우 싸게는 5억원에서 비싼 장비는 30억원에 달할 정도로 가격차가 크다보니 동일한 수가를 적용하는 것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기도 한다.

B중소병원장은 "의료장비의 성능과 질에서 크게 차이가 나는데 같은 수가를 적용하는 것은 문제"라면서 "병원이 투자한 만큼 수가에서 보전을 해줘야하는 게 아니냐"고 토로했다.

본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
MRI 등 고가장비 보장성 확대 "득일까, 실일까"

지금까지의 고가의료장비에 대한 보장성 강화는 환자도 만족할 수 없는 제도에 그치고 있다.

문제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MRI 등 고가장비 검사에 대한 보장성 강화 정책의 미래도 크게 밝지 않다는 것이다.

당장 지방의 중소병원들은 표정이 어둡다.

MRI검사 비용 부담이 줄어들면 환자들은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쏠릴 것이고 최근 무리를 해서 고가의 MRI구비한 중소병원의 경우 장비 값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수도권 대형병원이라고 마냥 넋놓고 있을 때는 아니다.

정부가 언제 무슨 이유로 검사 수가를 인하하겠다고 나설지 알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 모 교수는 "일단 보장성강화 차원에서 보험급여 제도권으로 들어가면 정부는 계속해서 수가를 인하해 건보재정을 줄이려고 할 것"이라면서 "이는 지금까지 정부의 행보를 볼 때 충분히 예상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