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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장성강화 뒤에 숨은 '선별급여' 위험한 발상"

발행날짜: 2013-07-05 12:27:35

서울대병원 허대석 교수 "환자, 건보재정에 치명적" 경고

"정부의 의료보장성 정책에서 주목해야할 부분은 '선별급여'다."

허대석 교수
정부의 의료보장성 강화 정책 중 '선별급여'에 강한 우려를 제기했던 서울대병원 허대석 교수(혈액종양내과)가 최근 메디칼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이 문제를 다시 거론했다.

정부가 이번에 4대 중증질환 대책을 발표하면서 '선별급여'를 인정한 것은 기존의 보험제도에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이라는 게 그의 우려다.

선별급여란, 의학적 필요성은 낮지만 환자 부담이 큰 고가의 의료나 임상근거가 부족해 비용효과 검증이 어려운 최신 의료, 치료 효과는 낮지만 의료진 및 환자편의 증진 목적의 의료행위에 대해 급여로 인정해 주는 것이다.

현재 '임의비급여'로 분류되는 의료행위의 상당 부분이 이에 속하는 것으로, 지금까지 제도권 밖의 의료를 끌어들이게 될 경우 부작용이 속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별급여 기준도 없이 일단 추진?"

허 교수가 먼저 모호한 선별급여 기준을 누가, 어떻게 정할 것인가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캡슐 내시경'을 일례로 들었다.

위장관 질환이 없는 일반인들에게 캡슐내시경은 선별의료에 해당하지만 소장에 질병이 있는 환자에게는 유일한 진단법이 캡슐내시경 밖에 없어 필수의료에 해당한다.

즉, 환자의 질환에 따라 선별급여의 적용 기준을 달리해야 하는데 현재 정부가 발표한 내용에선 이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얘기다.

허 교수는 "금융회사도 신용등급이 있어 그에 따라 대출기준을 달리 적용하듯이, 의료기술도 등급을 세분화함으로써 급여를 각각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할 인프라도 없는 상태에서 '선별급여'를 허용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면서 "모든 환자가 급여 혜택을 원할텐데 모호한 기준은 오히려 환자 민원을 초래하고 혼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전성, 유효성 검증 없이 허용할텐가"

또한 그는 정부가 임상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인정하지 않았던 의료를 '선별급여'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 것에 대해서도 강하게 우려를 제기했다.

적어도 지금은 안전성, 유효성이 확실치 않은 신약이나 새로운 치료법에 대한 장벽을 둠으로써 통제가 됐는데 앞으로 '선별급여'를 통해 쉽게 진입하면 건보재정은 물론 환자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지금도 희귀, 난치질환자들은 신약이 개발되면 부작용은 고려하지 않고 일단 사용하길 원하는 게 대부분"이라면서 "제약사가 환우단체의 여론을 이용, 손쉽게 허가를 받아내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의료 선진국의 경우, 임상연구가 부족한 신약은 임상연구가 가능한 의료기관 의료진에 한해 사용을 허용, 위험성을 최소화하고, 비용을 제약사와 건강보험이 분담한다.

반면,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선별급여 제도는 임상근거가 부족한 신약을 모든 의사가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그 비용도 환자가 대부분(50~80%)를 부담하도록 한다.

그는 "자칫하면 제약사가 연구도 안끝난 약을 무작정 풀 수 있고, 더 위험한 것은 의학적으로 검증이 안된 신약이나 치료기술에 대한 비용적 부담을 환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신약을 출시하는 제약사 배만 불려주는 꼴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보장성 강화, 재정은 어디서 마련하나"

허 교수는 제도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까지 9조원의 재원이 소요되고, 이는 건강보험 누적적립금 4조 6천억원으로 충당하겠다고 했지만 그 이외 재원마련 방안은 전무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그는 "과거 암환자의 보장성을 높이면 수요가 급증하는 패턴을 감안할 때 제도 시행 이후 의료수요가 급증해 건보재정에 상당한 부담이 될텐데 누적적립금만 믿었다간 사상누각을 지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건보재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대안으로 철저하게 비용효율성을 따져 불필요한 의료기술이나 약은 퇴출시킬 것을 제안했다.

허 교수는 "복지부는 선별급여로 들어온 부분에 대해 3년 주기로 재평가하겠다고 했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현재 급여로 인정하는 전체 항목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단언했다.

최근 새로운 약 개발로 수십년 전 급여화된 약 중에는 밀가루에 가까울 정도로 효과가 없는 약도 있고 불필요한 검사도 많다는 게 그의 지적.

그는 "재평가에는 비교효능평가(CER)와 조건부 급여제도(CED) 등 2가지 개념이 포함돼야 한다"면서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누가 재평가할 것인지, 기준을 어떻게 세울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야한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