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가 제시하는 리베이트 쌍벌제 개선의 사실상 전제조건인 미국의 '선샤인 법(Sun Shine Act)'에 대한 우려감이 고조되고 있다.
22일 보건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주 열린 의산정 협의체 실무회의에서 의약품 등 투명성 강화 차원에서 미국의 '선샤인 법'을 중심으로 보건의료단체의 자율적인 규정 마련을 주문했다.
의산정 협의체는 지난 11일 제2차 본회의를 열고 리베이트 개념 재정립과 학술대회 지원과 시판 후 조사(PMS) 등 7개항의 리베이트 허용범위 개선안, 강연료와 기부금 등 신설 방안을 논의했으나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바 있다.
이번 회의는 복지부와 보건의료단체의 입장 차이를 좁히기 위해 의협과 병협, 제약협회, 의료기기협회 등 10개 단체의 실무자들이 참석했다.
복지부는 이 자리에서도 제약사 지원내역 공개 방식인 미국의 '선샤인 법'의 주요내용을 중심으로 보건의료단체의 자율적인 채택을 권고했다.
올해 3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선샤인 법'은 제약업체의 투명성 강화 차원에서 마련한 법규이다.
제약업체는 현금과 자문료, 사례비, 선물, 접대비, 식비, 출장, 연구, 기부금 등 사실상 의료인에게 제공하는 모습 내역을 신고해야 한다.
또한 제공받은 의료인의 이름과 주소, 양도가치, 양도일, 제공 이유 등 세부사항을 명시하고, 이를 공공 웹사이트에 게재하도록 하고 있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선샤인 법'을 어길 경우의 제재 조치이다.
보고 누락이나 부주의 미신고의 경우 최소 1천 달러(약 1백만원)에서 최고 1만 달러(약 1천 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특히 고의적 미신고 업체는 최소 1만 달러에서 최고 1백만 달러(약 10억원)의 벌금형이 부과된다.
현재 논의가 진행 중인 일본은 법이 아닌 일본제약공업협회 가이드라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신고 내용은 '선샤인' 법과 동일하지만 병원과 재단, 수령인 등을 제약공업협회 회원사 웹사이트로 공개방법을 제한하는 방식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은 2012년 유럽의약산업협회연합 행동강령으로 의료인 명단 공개가 아닌 지원 성격과 금전 및 비금전적 가치 등을 회원사의 공개목록에 게재하도록 하고 있다.
보건의료계 한 관계자는 "복지부가 예로 제시하는 '선샤인 법'은 양날의 칼과 같다"면서 "유통 투명화 차원에서 보면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자칫 의료계와 업체를 옥죄는 수단으로 변모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합법적이라고 하지만 제공 비용과 의료인의 명단을 공개하는 것은 사실상 업체의 영업방식을 알리는 것과 같다"며 "복지부가 어느 수위까지 원하는지 현재로선 난감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과도한 확대 해석이라는 입장이다.
한 공무원은 "리베이트 허용범위 개선을 위해서는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명분이 필요하다"면서 "선샤인 법처럼 강제화하는 것이 아니라 보건의료단체에서 자발적인 방안을 마련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실무회의를 통해 일부 조항 중 개선의 필요성에 공감한 부분도 있다"고 전하고 "유통 투명성 강화와 보건의료계 현실을 어떻게 조율해 나갈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당초 오는 25일 의산정 협의체 제3차 본회의를 가질 예정이었으나, 보건의료계와 입장 차이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일정을 다음 주로 연기하고 이번주 실무회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