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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관동 부실화 해법은 없고, 군침만 흘렸다

발행날짜: 2013-09-26 06:30:38

문턱 없이 마구잡이식 의대 신설…정치인 앞세워 유치에만 혈안

서남의대의 부실 교육 문제가 사회적인 논란으로 떠오르면서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이 사안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부실 교육에 대한 지적이 일고 있는 상황에도 일부 국회의원들은 끊임없이 의대 신설을 주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같은 양면성에 대한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뜨거운 감자 서남의대 사태…부실교육 도마 위

교육부는 최근 서남의대에 대한 감사를 통해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임상실습시간이 부풀려진 것을 확인하고 졸업생 134명의 학위를 취소하라고 명령했다.

또한 만약 서남의대가 이같은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1, 2차 경고조치 후 최대 학교 폐쇄 조치를 내릴 계획이다.

이에 따라 서남의대는 물론, 재학생들까지 나서 소송을 제기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전망은 그리 희망적이지 않다.

최근 서남의대 졸업생들이 제기한 행정소송도 결국 패소한데다 서남대의 소송 또한 지금까지 변론의 분위기로는 시정명령이 취소될 확률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사상 초유의 의학사 학위 취소라는 사태가 눈 앞으로 다가왔고 또한 의대 폐쇄라는 건국 이래 최초 사례가 가시화되면서 의료계는 물론 사회적인 관심이 집중된 상황이다.

국감 이슈 부각 가능성…의료계 "이제 와서…"

따라서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이같은 문제는 빠질 수 없는 사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미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 등 일부 국회의원들은 각종 공청회를 통해 부실 의대 문제와 대책을 논의하며 군불을 때워 놓았다는 점에서 강도높은 조치와 후속 대책을 요구하는 지적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이미 19대 국회에서도 민주통합당 이목희 의원이 서남대 김남규 이사장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등 부실 의대 문제를 공론화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의료계의 시각은 냉랭하기 그지 없다. 10여년전부터 지적하고 경고한 문제를 결국 사건이 터지자 이제 와서 혹독하게 비판하는 것에 대한 냉소적 시각이다.

실제로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거론되는 의대 신설에 대해 의료의 질 저하와 부실 교육 등을 이유로 강하게 반대해 왔다.

하지만 지역 균등 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의대는 늘어만 갔다. 또한 적정 의사수에 대한 부분도 정권 초기 늘 제기된 문제다.

사실 이러한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1970년을 기준으로 14개에 불과했던 의과대학이 1980년대가 시작되면서 31개로 두배 이상 늘어났고 당시 강력한 통치권을 기반으로 하는 군부정원에 대항할 수 있는 목소리는 없었다.

이후 현재와 같은 41개 의대 체제가 만들어진 것은 문민정부 시대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취임 직후 의협과 보건복지부 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역균형 발전의 명목으로 강원의대 신설을 허가했고 대구가톨릭의대와 건양의대, 관동의대, 서남의대가 이러한 명분 아래 의대를 추가했다.

이어 1997년 가천의대, 강원의대, 성균관의대, 을지의대, 포천중문의대, 제주의대가 마지막으로 의대 신설 대열에 합류하면서 지금과 같은 41개 의대 체제가 완성됐다.

하지만 이렇게 급작스레 만들어진 의대들이 모두 제자리를 찾아간 것은 아니다. 성균관의대, 울산의대 등은 풍부한 자본을 바탕으로 급성장을 이뤘지만 일부 대학은 부실교육으로 도마위에 올랐다.

관동의대는 의대 설립 부대기준인 부속병원을 10년이 넘도록 짓지 못해 2년째 정원이 10%씩 감축되고 있는 상황이며 올해도 사실상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내년에도 정원 감축이 불가피하다.

아울러 부실의대의 대명사로 불린 서남의대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이제는 존립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의대 신설을 둘러싼 국회의 양면성…계속되는 정치 놀음

문제는 이러한 문제가 되풀이되고 있지만 의대 신설을 합리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문턱이 여전히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미 서남의대 사태로 촉발된 부실의대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현재에도 정권이 바뀐 시점을 이용해 목포대, 인천대, 한국국제대학 등은 지역 균형 발전을 강조하며 의대 신설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도 의대 신설은 늘 딜레마다. 각종 지표는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고 신설을 요구하는 대학은 많다. 하지만 의료계의 주장도 무시할 수는 없다.

이에 대해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유일한 문턱은 국회 외에는 대안이 없는 셈이다.

하지만 표를 얻어야 생존할 수 있는 국회의원의 입장에서 의대 신설은 더할 나위 없는 사탕이다. 의대 신설을 요구하는 대학의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함께 머리띠를 매고 발벗고 나서는 이유다.

결국 밖으로는 국정감사로 부실교육을 지적하고, 안으로는 표를 얻기 위해 의대 신설을 요구하는 이중적인 행태가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적정 의사수 논란이 지속되는 한 손바닥 뒤집듯 일어나는 의대 신설과 부실 교육에 대한 논란은 지속될 것"이라며 "이같은 방안을 논의해야 하는 국정감사가 치고 빠지는 한탕주의로 지속되는 한 정치 놀음은 피할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