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문형표 장관을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
보건복지부 문형표 장관이 지난 2일 천신만고 끝에 공식 취임했다.
신임 문형표 장관을 바라보는 복지부 내부의 시각은 진영 전 장관 취임 때와 큰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경제학자인 문형표 장관과 정치가인 진영 전 장관은 모두 보건의료 분야의 전문성이 취약하다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진영 전 장관은 현 정부의 실세라는 점에서 공무원들 사이에서 기대감이 넘친 반면, 문형표 현 장관은 기초연금 논란을 진화하기 위한 깜짝 인사라는 면에서 실망감이 적지 않다.
문 장관이 수장으로 등극한 이상 보건복지 정책의 책임과 권한이 주어졌다.
하지만, 그가 영향력을 얼마나 발휘할 수 있을지 미지수이다.
복지부는 한 마디로 관료주의 사회이다.
정무직 장관과 차관을 제외하고 행정고시와 비고시 출신 실·국장과 과장, 서기관, 사무관, 주무관 등 700여명의 조직이다.
모든 보건복지 정책은 장관의 최종 결재를 거친다.
문제는 문 장관이 고시 출신 중심 공무원들의 인의 장막에 갇힐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보건의료 전문성 부재는 문 장관의 치명적인 핸디캡이자 넘어야 할 산이다.
원격진료 허용부터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 개선방안, 수가가산 재정비 등 의료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의료현안이 산적한 게 현실이다.
청와대도 문 장관이 간과할 수 없는 산이다.
일각에서는 청와대 최원영 고용복지수석(전 복지부 차관)이 보건복지 정책을 좌지우지 하는 '상왕'으로 군림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에서 누르고, 고시 출신 공무원들이 치받아 문 장관은 장관실에 갇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문형표 장관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복지부장관은 실·국장부터 사무관, 산하기관장까지 인사권을 갖고 있다.
장관의 인사권은 정책 방향과 직결된다.
복지부 전 공무원은 "모든 정보는 장관에게 집중된다"면서 "전문성이 부족하고, 조직 운영 경험이 없더라도 장관의 인사권은 공무원 생명을 좌우하는 막대한 권한"이라고 말했다.
문 장관은 현재 보건의료정책실을 비롯해 전 부서의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문형표 장관은 취임 후 기자실을 방문해 "장관으로 공인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엄중한지 뼈 저리게 느꼈다"면서 "부족한 부분이 많다. 지적한 부분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낮은 자세로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의료계가 문 장관의 대화 제안에 냉소를 보이는 이면에 반쪽 장관에 그칠 것이라는 시각도 깔려있다.
문형표 장관이 곱씹어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