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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 주도 버릇 못고친 정부 "그냥 시키는대로 따라와!"

안창욱
발행날짜: 2013-12-26 12:23:00

현장 전문가 빠진 요양병원 억제대 지침 배포…"탁상공론" 비판론

보건복지부가 최근 환자 안전과 인권 보호 차원에서 '요양병원용 신체 억제대 사용 감소를 위한 지침'을 배포하자 관 주도의 탁상행정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억제대를 사용하지 않는 요양병원들이 지침 마련에 참여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지침을 제정한다고 해서 바뀌는 게 있겠느냐는 비판이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의료기관평가인증원,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와 공동으로 요양병원 입원환자 안전과 인권 보호를 위한 지침을 마련, 전국 요양병원과 시군구 보건소에 배포했다.

지난 7월 불이 난 포천의 한 요양병원에서 억제대에 묶여 있던 치매환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자 무분별한 억제대 사용을 규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기 시작했다.

그러자 복지부는 의사가 환자상태를 평가해 생명유지 장치를 제거하는 등의 문제행동을 제한할 필요가 있을 때에만 제한적으로 최소한의 시간만 억제대를 사용하도록 하는 지침을 제정했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에 따르면 보건의료 분야 전문가와 시민단체가 공동으로 지침 마련에 참여했다.

인증원 관계자는 26일 "노인요양병원협회 임원과 억제대와 관련한 논문을 발표한 간호대 교수 2명이 전문가로 참여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실제 억제대을 사용하지 않거나 자제하고 있는 요양병원들이 지침 마련에 참여한 것일까?

인증원 관계자는 "현재 의료기관인증평가 항목에 있는 내용과 논문을 많이 참고했다"고 강조했다.

요양병원 관계자들이 전문가로 참여했다고 하지만 실제 억제대 사용을 자제하고 있는 요양병원 의사나 간호사가 지침 마련에 참여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외국 논문이나 교과서 내용을 그대로 지침에 반영했을 뿐 한국적 의료환경과 여건을 반영한 것은 아니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노인요양병원협회 관계자는 "협회에서 지침안에 대한 의견을 제출했지만 복지부가 상당부분 반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번 억제대 사용 감소 지침이 탁상행정의 결과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A요양병원 관계자는 "복지부가 지침대로 하는지 지도 점검을 하고, 인증평가에 반영한다고 하는데 그렇게 한다고 해서 억제대 사용이 줄어드는 것은 절대 아니다"고 못 박았다.

지도 점검이나 인증평가를 받을 때만 억제대를 사용하지 않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이 관계자는 "지침을 보면 우리나라 의료환경과 맞지 않는 게 적지 않은데 이는 억제대 사용을 자제하는 요양병원들이 지침 제정 작업에 참여하지 않고 보여주기식 지침을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억제대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끊임 없는 교육과 노인의 존엄성을 지키려는 병원 내부의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이런 점에서 관이 주도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고 단언했다.

복지부가 억제대 사용 지침을 마련함에 따라 인권침해를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해갈 수는 있지만 실제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란 비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