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공의 유급제도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 노환규 회장이 이에 대한 불합리성을 강조하며 어불성설이라고 일침을 가해 주목된다.
연차에 맞게 제대로 수련받을 수 있는 환경을 갖추지 않고 유급제도를 논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노 회장은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복지부가 전공의 유급제도를 강행할 것이라는 소식이 있다"며 "대체 누가 누구를 유급시킨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입법예고한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에 유급제도를 언급한 것에 대한 비판이다.
그러면서 그는 한 대학병원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이라며 사례를 소개했다.
노 회장에 따르면 이 대학병원 영상의학과는 3명의 전임교원이 근무중이다. 현재 영상의학과 전공의 정원은 N-5. 따라서 이 병원은 전공의를 선발할 수가 없다.
그러자 이 병원은 지도전문의가 6명인 것처럼 서류를 꾸며 전공의를 선발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에 일어났다.
실제 근무중인 3명의 지도전문의 중 흉부사진을 판독할 수 있는 교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영상의학과 전공의가 흉부사진 판독을 배울 수 없었던 것은 당연하다.
결국 그 교수는 전공의들을 모아놓고 수련 포기를 종용했다. 전공의를 수련시킬 여력이 없으니 무언가를 배우고 싶다면 다른 병원으로 가서 다시 수련을 받으라며 등을 떠민 것이다.
노 회장은 "이 병원의 이사장이 바로 수련병원 실태조사와 병원신임평가를 담당하는 위원장을 겸직하고 있었다"며 "이것이 현재 전공의들이 처한 교육환경이고 이를 평가하는 제도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초음파를 배우려는 내과 전공의에게 펠로우로 들어와서 배우라고 하는 교수와 손발이 안맞는다며 PA와 수술하는 교수, 환자도 없고 수술도 없어 가르칠래야 가르칠 수 없는 교수들 밑에서 수련받는 전공의들이 즐비한 것이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노 회장은 전공의에 대한 평가는 이러한 문제를 바로 잡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든 뒤에야 논의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못 박았다.
노 회장은 "물론 유급제도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취지가 좋은 것과 제도의 실현가능성은 별개의 문제"라며 "수련환경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된 뒤에야 비로서 전공의에 대한 평가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현재 전공의 유급제도 시행을 놓고 대한전공의협의회는 물론, 전국의사총연합 등 의료계도 이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연 복지부가 이 제도를 강행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