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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호소하는 환자, MRI 찍으면 삭감 "어쩌란거야!"

박양명
발행날짜: 2014-01-07 06:37:05

심평원, 자보 심사사례 공개…"객관적 근거 반드시 필요하다"

#. 레미콘이 신호대기를 하고 있던 승용차를 뒤에서 들이받았다. 승용차에 있던 56세 남성은 병원을 찾아 두통과 목 뻣뻣함을 호소했고, 의사는 뇌 MRI를 찍었다.

그러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뇌MRI 비용을 삭감했다. 환자가 호소하는 두통, 목 뻣뻣한 증상만으로 사고 당일 뇌MRI를 촬영할 만한 사유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 17세의 여성은 급우회전 중 직진 차량 충돌 사고를 당했고, 사고 후 4일째에 병원을 찾았다. 이 여성은 안구 통증, 오른쪽 팔의 얼얼한 통증, 허리통증, 메스꺼움을 동반한 어지럼증, 구토 등을 호소했다.

의사는 척추 MRI(C-spine MRI)를 찍었지만 삭감당했다. 통상적인 관찰기간 없이 환자의 주관적 증상만으로 조기에 촬영했기 때문이다.

교통사고 당일 객관적인 검사나 신경학적 소견 없이 환자의 주관적인 증상 호소만으로 영상검사를 하면 삭감대상이 된다.

신경학적 소견이 없는데 환자가 척추 통증을 호소할 때는 통상적인 관찰 기간을 거쳐야 한다.

심평원은 교통사고 초기 촬영한 CT, MRI 인정여부 등 4개 항목에 대한 '자동차보험 심사자문위원회 심의사례'를 6일 공개했다.

영상의학과의원들의 체감 삭감률이 높아진 상황에서 심평원의 심사사례 공개는 급여 청구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심평원은 "머리부분 손상시 영상진단은 뇌좌상, 뇌출혈 등을 확인하기 위한 목적으로 촬영하는 것이다. 의식소실이나 신경학적 소견 없이 충격에 의한 두통이나 메스꺼운 느낌만으로 사고 당일 촬영은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단, 머리쪽에 기존에 갖고 있었던 질병이 있으면 확인을 위해 별도로 고려할 수 있다.

또 교통사고 환자의 척추를 촬영할 때는 신경학적 이상 소견이 확인되면 관찰기간 없이 촬영이 가능하다.

하지만 신경학적 소견없이 통증만으로는 보존적 치료를 하며 통상적으로 CT는 3~4일, MRI는 7일 이상 관찰해야 한다. 관찰기간 이후에도 증상이 지속되거나 악화되면 영상촬영을 할 수 있다.

즉, 환자의 객관적인 통증 호소만으로 영상검사를 하면 삭감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의사의 객관적 검사 소견, 신경학적 검사 소견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이같은 원칙은 입원 환자의 경과를 보기 위해 여러번 실시한 CT, MRI 촬영에도 적용된다.

일례로 버스 앞 유리에 머리를 부딪혀 병원에 실려온 37세 남성은 응급실에 실려왔을 때 의사소통은 가능했지만 혼돈이 있었다. 의료진은 즉시 두부 CT를 촬영했다.

그 후 환자는 급속하게 의식 상태가 악화됐고, 반혼수 상태에서 혈종제거 응급수술을 받았다. 이 남성은 한달 동안 입원하면서 뇌CT 촬영을 9번, 뇌MRI 검사를 한번 받았다.

심평원은 CT 촬영 3회분과 MRI 검사 비용은 삭감조치를 했다. 수술 직전과 직후에 찍은 CT와 수술 예후 확인을 위해 촬영한 CT분은 급여를 인정받았다.

또 병실로 옮긴 후 구토와 함께 붓는 증상이 있어 뇌압상승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촬영한 CT도 급여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나머지는 입원기간 중 환자가 의식이 있고 특이증상 없이 호전 중인 상황에서 두부CT를 촬영할 임상소견이 미비했다는 것이 심평원의 입장이다.

또 심평원은 "뇌MRI 촬영도 수술 후 단기 추적관찰로 유용성이 부족하고, 환자가 수술 후 이상소견 없이 호전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MRI를 촬영할 만한 의학적 사유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의사 입장에서는 검사를 지연하다 자칫 의료분쟁에 휘말릴 수 있고, 교통사고의 특수성도 무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심평원 삭감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