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사이가 나쁘더라도 이웃에 불이 나면 물을 떠오는 게 인지상정 아닙니까? 정말 서운합니다."
최근 의사협회가 약학정보원 개인정보 유출 논란에 대해 집단소송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이에 약사회가 못내
서운한 감정을 내비췄다.
정부의 원격진료와 의료영리화 추진을 막기위해 약사회는 의료계와 공조체계를 갖췄지만 도리어 의협은 약학정보원의 정보 유출을 기정사실화하고 집단소송으로 일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20일 대한약사회 조찬휘 회장은 신년기자간담회 자리를 통해 최근 일어나고 있는 법인약국 도입 움직임과 약학정보원 사태, 의약5개단체의 연대 등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먼저 조 회장은 "약학정보원 사태가 터진지 40일 정도가 지났다"면서 "검찰이 압수수색을 할 정도면 확실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을 텐데 아직까지 아무런 발표가 없다"고 운을 뗐다.
그는 "압수수색 후 보통 2주 정도면 발표가 있는데 그렇지 않은 걸 보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의 증거를 찾지 못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면서 "이미 약학정보원은 개인을 식별할 수 없게 암호화를 도입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SBS가 유출 자료로 보여준 신상명세 기록은 약학정보원의 것도 아니다"면서 "아무리 조사해 봐야 불법 개인정보
유출 혐의가 없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의협의 약학정보원 관련 집단소송에 대해서는 못내 아쉬운 감정을 밝혔다.
조 회장은 "불이 나면 아무리 사이가 나쁘던 이웃도 물을 떠오는 게 인지상정인데 살다 살다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는 경우는 처음봤다"면서 "제발 불난 집에 부채질만은 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자리에 참석한 이영민 부회장도 "의료계가 아예 약학정보원의 개인정보 유출을 기정사실화 하고 법적 대응을 하고 있다"면서 "조사 결과가 나온 이후에 해도 될 것을 왜 이렇게 몰아세우는 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의정협의체를 구성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의료계와는 별도로 약사회도 자체적으로 정부와
협상 채널을 열 수 있다는 계획도 내비췄다.
조 회장은 "5개 의약단체가 연대한 것은 총론에서 같은 입장이었기 때문이지만 각론에서는 다른 입장이 있을 수 있다"면서 "이미 보건의료 단체장끼리 만났을 때 단독으로 정부와 협의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그는 "의정협의체를 꾸려 대화를 하고 있는 의협에 모든 문제를 일임한 것이 아니다"면서 "법인약국 등 약사회의 세부적인 문제들에 있어서는 우리는 우리대로 대정부 협의 채널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법인약국 도입은 의약분업이나 일반약 슈퍼판매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커다란 쓰나미"라면서 "법인약국 저지를 최우선 과제로 논리 개발과 투쟁을 병행하는 것을 기본 노선으로 삼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