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 수련환경 개편안 확정|
주당 100시간에 달하는 살인적인 근무로 사회적 논란까지 불러온 전공의 수련제도가 반세기만에 획기적으로 개선된다.
특히 파업까지 거론하며 강경한 입장을 보인 전공의들의 요구가 상당 부분 개선안에 반영되면서 수련병원들의 부담이 상당히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대체인력에 대한 수가 보전 등이 최대 과제로 남은 셈이다.
36시간 초과 근무 금지, 1주일에 24시간 휴가 보장 등 전체 적용
보건복지부는 최근 대학의학회와 대한병원협회, 대한전공의협의회와 간담회를 개최하고 수정된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번에 수정된 개정안은 과거 1년차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던 항목들이 인턴과 모든 전공의로 대상이 확대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우선 36시간 이상 초과근무를 원천적으로 금지했고, 응급실은 12시간마다 무조건 전공의를 교대해 줘야 한다.
또한 수련시간 사이에 최소 10시간 이상 휴식시간을 보장해야 하고, 주당 24시간씩 휴일이 의무화 된다.
일부 항목은 의료현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행 대상이 조정된다. 이 또한 전공의들이 요구한 내용이다.
우선 주당 80시간 근무제는 종전에 1년차부터 적용하기로 했지만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전공의들의 의견을 반영해 4년차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2014년에는 4년차만 80시간 근무 상한제를 적용하고 2015년에는 3, 4년차로, 2016년에는 2, 3, 4년차로 확대해 2017년 전체 전공의들에게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주 3일 당직 금지와 연차 14일 보장 등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단계 적용한다.
전공의들의 강공책 유효…병원 부담 배로 가중
이처럼 1년차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던 수련제도 개편안이 전체 전공의로 확대되면서 전공의들은 큰 혜택을 보는 대신
병원들의 부담은 더욱 높아졌다.
당장 다음달부터 모든 전공의가 36시간 이상 근무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수련이 끝나면 무조건 10시간 이상 휴식시간을 보장해야 한다.
이는 결국 당직 문제와 직결될 수 밖에 없다. 현재 대다수 수련병원에는 연속 당직이 일반화 되어 있다.
하지만 3월 이 제도가 시행되면 하루 동안 당직을 설 경우(24시간) 다음날 오후에는 무조건 10시간 이상 오프를 보장해야 한다.
결국 전공의가 많은 대형병원들은 그나마 유지가 가능하지만 전공의가 1~2명에 불과한
중소 수련병원들은 직격탄을 맞을 수 밖에 없다. 당장 당직을 설 전문의를 뽑아야 하기 때문이다.
1주일에 무조건 24시간 휴가를 줘야 하는 것도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현재 대다수 대학병원들을 비롯해 중소 수련병원들은 대부분 토요 진료를 운영하고 있는 상황.
지금까지 대부분 병원에서 일요일 병동 환자 관리는 전공의가 담당해 왔다. 하지만 토요 진료를 위해 전공의를 활용할 경우 일요일에는 무조건 휴일을 줘야 한다.
만약 평일에 휴가를 줬다고 해도 전공의가 월요일이 당직이라면 일요일에는 아예 근무를 할 수가 없다. 36시간 초과 근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일요일에 교수나 전문의가 출근을 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휴일 근무에 따른 수당도 부담 중 하나다.
A수련병원 교육수련부장은 "한달 안에 완벽하게 근무 스케줄을 조정하지 않으면 병동이 비어버리는 상황이 올 수 있을 것 같다"며 "36시간 초과 근무 금지와 주 1회 휴가 보장이 맞물려 있어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털어놨다.
특히 주당 80시간 근무시간 상한제가 확대되는 내년부터는 이같은 부담은 몇 배로 가중된다.
만약 일주일에 두번 당직을 설 경우 나머지 근무 시간이 32시간 밖에 남지 않게 된다. 나머지 요일에는 8시간 이상 근무를 할 수가 없다는 뜻이다.
더욱이 일주일에 세번 당직을 서면 20시간 밖에 남지 않는다. 나머지 요일에 근무할 수 있는 시간은 고작 6시간이다.
대체인력 확보가 최대 과제…복지부 "수가로 보전해 주겠다"
이에 따라 전공의들의 업무를 담당할
대체인력 확보가 최대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당직과 병동 환자 관리 등 전공의가 필수적인 업무에 투입하는데도 수련시간이 빠듯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수가 조정을 통해 수련병원들에게 대체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숨통을 열어주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 또한 풀어야할 문제들이 많다.
우선 얼마 만큼 지원이 필요한가에 대해 의견이 엇갈릴 수 밖에 없다. 수련병원들은 가능한 많이, 복지부는 가능한 적게 검토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복지부는 올해 대체인력 확보를 위한 적정 수가 가산에 대한 연구용역을 발주한다는 계획이다. 결국 2년간은 병원이 온전하게 이 부담을 안고 가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수가 가산에 대한 형평성 논란도 불가피한 부분이다. 왜 수련병원에만 수가를 가산하느냐는 불만이 터져나올 수밖에 없다.
특히 현재 대체인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PA 합법화도 한계는 분명하다.
대전협의 반대 등은 제쳐놓더라도 이들이 당직이나 병동 환자 관리 등을 맡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만약 PA가 수술방 보조를 전담하게 될 경우 전공의 수련에 큰 차질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수술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박탈되기 때문이다.
결국 당직과 병동 환자 관리, 수술 보조 등의 업무를 골고루 맡아줄 인력이 아니면 대체인력으로 부적합하다.
그렇다고 일부에서 주장하는 전문의 채용도 한계가 있다. 전문의에게 전공의 업무를 맡긴다는 것 자체가 서로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가장 시급하고 큰 문제는 대체 인력에 대한 것"이라며 "수가 등의 문제도 이 부분에 대한 논의가 끝나야 검토할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조만간 의학회와 병협, 대전협 등과 함께 TF팀을 꾸리는 방식으로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