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형보험 시장이 커지면서 보험사와 병의원간 법적 다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비슷한 사안에 대해서도 법원 판결이 오락가락한 경우가 많아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최근엔 의사의 소견보다 급여기준이나 심사평가원의 검토보고서를 잣대로 보험사기 여부를 판단하는 사례도 있어 의료계의 불만을 사고 있다.
최근 안산에 위치한 맘모톰(유방종양 절제술)을 전문으로 하는 K의원은 보험사와의 갈등으로 골치를 앓았다.
현행 대다수 민간보험사들은 환자가 비급여인 맘모톱을 수술받는 경우 입원을 해야만 실손의료비 약관에 따라 비용을 지급한다.
통상 맘모톰은 시술 시간이 10분 내외로 간단하기 때문에 환자의 출혈이나 합병증 등 환자 상태에 따른 '입원'이 필요했냐가 보험금 지급의 중요 판단 기준이 되는 셈이다.
K의원은 A환자에게 2010년과 2011년에 걸쳐 총 4번의 맘모톰 절제술을 시행했다.
K의원은 첫 수술부터 각각 2개, 5개, 8개, 6개에 달하는 다수의 종양을 제거했기 때문에 6시간 이상 입원실에 체류하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보험사는 K의원이 굳이 입원이 필요하지 않은 환자에게 보험금 수령을 이유로 입원을 남발했다며 소장을 접수했다.
최근 법원은 이 사건에 대해 보험사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의원에 6시간 이상 체류한 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입원여부에 따라 보험회사로부터 받는 보험금액이 달라지기 때문에 입원 요건을 갖추기 위해 더 긴 시간 동안 체류했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입원의 필요 여부는 담당 의사가 판단할 문제지만 이 사건처럼 보험금을 지급받는 경우에는 담당 의사와 환자가 합의하고 장기간 체류할 수도 있다"고 의구심을 떨치지 않았다.
다수의 종양을 제거해 유방에 생긴 혈종을 제거하기 위해 긴 시간 의원에 체류할 필요가 있었다는 담당 의사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은 셈.
문제는 비슷한 사안에 대해 가지각색의 판결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1년 전 대구의 D의원도 맘모톰과 관련해 송사에 휘말렸다. 당일 퇴원한 환자에게 보험금 수령을 위해 1박 2일의 입원사실을 기재한 허위 진단서를 발급해 준 것이 아니냐는 것.
이에 법원은 "D의원 원장이 '당일 맘모톰 수술 후 퇴원'이라는 광고를 하고 있지만 모든 환자에게 적용되는 사안은 아니다"면서 "해당 의원 간호사 역시 입원의 판단 근거는 원장이 결정한다고 진술했다"고 판시했다.
입원 여부는 환자를 직접 수술한 담당 의사가 판단해야 한다는 점에서 의사의 손을 들어준 것.
이번 사건을 담당한 의료소송 전문 법무법인 서로의 김계환 변호사는 "실손보험 시장이 커지면서 의사와 환자, 보험사간 분쟁이 많아지고 있다"면서 "가장 큰 문제는 오락가락 하는 법원의 판단 기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맘모톰 수술 환자의 입원 결정은 해당 의사가 해야 하는 것이 맞는데도 이를 신뢰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은 황당하다"면서 "맘모톱의 입원 여부는 사안마다 다를 수 있다는 대학병원들의 감정도 첨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이뿐 아니라 최근 병의원의 보험사기와 관련한 경찰 조사에서도 의사들의 진술보다 심평원의 검토보고서를 우위에 두고 기소로 몰아가는 사례도 심심찮게 본다"면서 "의협이나 대학병원 등 의료 전문가의 의견이 재판에 반영되는 쪽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