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성 평가를 통해 질이 낮은 요양병원에 가산금 불이익 처분을 내렸다가 소송을 당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줄줄이 패소하고 있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전국의 요양병원 중 일부분만 표본조사 대상으로 선정해서 현장방문했다는 '조사방식'이다. 이 부분이 공정치 못하고 위법하다는 것.
조사 방식은 통계적인 기법에서도 활용되고 있는 방법이며, 신뢰도가 80% 이상이라는 심평원 주장이 재판부에 통하지 않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제11행정부는 최근 심평원의 요양병원 적정성평가 조사방식이 위법하다는 원심 판결을 그대로 인용하며 심평원 패소 판결을 내렸다.
요양병원 적정성 평가 결과를 보면 인천의 A노인전문병원은 전체 요양병원 중 의료의 질이 하위 20%에 해당했다.
심평원은 6개월 동안 입원료 및 인력 가산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통보했다.
A병원은 이에 불복하고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가산금 불이익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심평원은 1심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심평원이 전국 요양병원 937곳 중 70곳만 표본조사 대상으로 선정해 현장방문 점검을 한 것이 문제였다. 나머지 기관들은 웹 조사표에 평가 항목들을 적어내기만 하면 된다.
A병원 측은 현장방문 받지 않은 병원들은 자료의 왜곡이 가능하다며 공정성이 결여됐다고 주장했다.
병원 측은 "표본조사는 통계자료 등 정책수립에 필요한 기초자료를 수집하려는 경우에나 타당한 것"이라면서 "국민의 권리나 이익에 직접 관련되는 처분의 전제가 된 사실관계를 확정하는 데 사용할 수는 없다"는 논리를 앞세웠다.
재판부는 병원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서울고등법원은 ▲평가의 기초자료 자체가 달라 평가의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다 ▲개별 요양병원은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허위로 웹조사표를 작성 제출하려는 유혹을 받을 수 있다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전체 요양기관별 구조부문을 평가할 수 있는 대체적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등의 이유로 '조사방식이 위법하다'는 1심 판결을 인용했다.
심평원 '실망'…"제한된 범위에서 최선의 방법"
심평원은 법원의 연이은 '패소' 판결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심평원 관계자는 "판결을 내린 판사들이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요양병원들에 부모님을 모실 수 있느냐고 묻고 싶다"며 운을 뗐다.
소송을 제기하고 있는 요양병원들의 적정성 평가 등급이 최하위이며 재판부의 판결이 국민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일 천개 가까운 요양기관을 전수조사 할 만큼 (심평원) 인력이 많은 게 아니다. 제한된 범위에서 최선을 다한 방법이다. 신뢰도가 80% 이상이다. 통계 기법에도 표본을 무작위 선정하는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적정성 평가는 구조 부분과 결과 부분 등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져 있다. 가산금 불이익은 두 부분 모두에서 하위 20%에 들어야 한다. 두 부분 모두 하위에 있다는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