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보궐선거 후보자 등록 마감까지 남은 일자는 불과 4일. 예전 의협 회장선거와는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언론 등을 통해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후보는 고대의대 박종훈 교수가 유일하다. 2007년 제35대 보궐선거에만 5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던진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선거관리규정 개정에 따라 선거 입후보하고자 하는 회원은 먼저 5개 이상의 지부에 나눠 선거권자 500인 이상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
선거관리위원회의 직인이 찍힌 후보자 추천서를 전국에 배포하고 다시 받는데만 3~4일이 걸리기 때문에 사실상 입후보자의 출마 의지 표명의 마지노선은 불과 이 삼일을 남겨둔 상황이다.
하마평에 오르내리던 서울시의사회 임수흠 회장, 나현 전 의협 부회장의 출마설도 쏙 들어가기는 마찬가지. 왜 이렇게
잠룡들이 숨어있는 것일까.
▲"지금 회장은 명예 아닌 멍에…누가 나오겠나"
잠룡들이 숨어있는 이유는 이렇다.
일단 노환규 전 의협회장이 제기한 불신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노 전 회장의 불신임을 의결한 4월 19일 임총 결과 가처분 신청의 법원 심리가 오는 20일 열린다. 가처분 신청의 수용 여부는 20일을 전후로 일주일 가량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만일 17일까지 후보등록을 마치고 500인 이상의 후보자 추천서, 후보등록 신청시 중앙위원회에 5천만원의 기탁금 제출 등의 절차를 거친다고 해도 막상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는 순간 모든 보궐선거 절차는 '올스톱' 된다.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모든 보궐선거 과정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는 상황에서 내년 차기 의협 회장 유력군으로 거론되는 후보들이 굳이 무리하면서까지 나올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줄곧 후보군을 배출하던 시도의사회가 침묵하는 이유도 비슷하다.
시도의사회장이 후보자 등록을 위해서는 회장직을 반납하고 후보 등록 과정을 거쳐야 한다.
만일 시도의사회장직에서 내려놓고 이번 의협 보궐선거에서 당선된다고 해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는 순간 다시 시도의사회로 돌아갈 수도 없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다.
의협 주변을 둘러싼 정세 역시 녹록치 않다.
올해 말까지 의-정 협상 각 아젠다에 따른 성과물을 도출해야 하고 비대위-집행부, 대의원회-집행부가 극심한 분열을 보인 상황에서 대통합을 이루기에도 벅찬 분위기 때문이다.
1년에 불과한 임기 동안 잘해야 본전이고 자칫 잘못하다간 1년의 임기를 등에 업고 내년 차기 회장에 다시 출마한다는 시나리오 역시 어그러진다.
실제로 유력 후보군들도 이런 위험과 이득을 저울질 하면서 참모진들에게 당선의 가능성과 당선 후 변수들에 대한 조언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마평에 오르내리던 모 인사는 "지금 상황에서 과연 출마를 하는 게 좋은지 아니면 이제까지 해왔던 것처럼 내년 선거를 준비하는 게 맞는지 고민하고 있다"면서 "다른 유력 후보군들도 역시 비슷한 고민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출마를 공식화하고 부원장 타이틀을 이미 반납한 고대의대 박종훈 교수는 "당선시 회무 내내 잘해야 본전이라는 생각 등 모두 잃을 것을 각오했기 때문에 출사표를 던졌다"면서 "내년 차기 회장을 노리는 사람들에게는 지금 보궐선거 정국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