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조무사는 의료기관에서 의사의 지시 감독 하에 환자의 간호 및 진료와 관련한 업무를 보조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환자가 내원하면 안내해주고, 각종 의료검사 및 투약 업무를 보조하며 환자의 접수 및 수납업무, 각종 문서를 관리·보관하는 등의 원무업무도 맡고 있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약품이나 붕대 등의 의약품을 소독하여 보관·관리하며, 의료기구 및 물품을 소독·살균하는 업무도 수행한다.
특히 대형병원에 비해 직원 수가 적은 동네의원에서 간호조무사 역할은 필수적이며, 이런 이유로 원장과 간호조무사 간의 신뢰와 믿음 역시 필수적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서로 불신과 갈등만 가득함에도 불구하고 진료 때문에, 또는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관계를 지속하고 있는 원장과 간호조무사도 상당수이다.
그렇다면 원장과 간호조무사의 바람직한 관계 설정에서 필요한 점은 무엇일까.
메디칼타임즈는 개원 이후 11년간 한솥밥을 먹고 있다는 위앤장참사랑내과 김용범 원장과 김은주 간호조무사를 만나 서로에 대한 생각과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용범 원장 "첫 만남부터 간호조무사에 대한 세심한 배려 필요"
김용범 원장과 김은주 간호조무사는 11년째 함께 근무하고 있다. 김 원장은 11년 간 관계를 이어올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가족같은 관계에 있다고 말한다.
"지금 간호조무사랑은 개원 때부터 11년 간 함께 근무했어요. 언젠가 간호조무사에게 물었더니 돈도 중요하지만 원장의 성격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 하더라고요. 야단을 치기보다는 가르치려고 해요. 직원이 아니라 딸처럼 생각해서 가정 상담도 하고 개인적인 걱정거리도 함께 이야기해요. 직원 부모님과도 잘 알고요. 저는 직원에게 죽을 때까지 여기 있어야 한다고 말하죠."
11년이라는 장기근속이 환자와 의원 경영에 미치는 영향도 작지 않다는 점도 강조했다.
"내과 간호조무사의 경우 많은 환자들을 접해야 하는 이유로 타 과 간호조무사에 비해 신경이 날카로워지기도 해요. 모르는 환자와 라포 형성이 안 돼 있으면 불만의 요지도 될 수 있죠. 대신 장기근속을 하게 되면 웬만한 환자는 다 알다보니 친밀감도 있고 환자와 서로 양해하는 부분도 생겨요. 대신 장기근속을 하다보면 타성이 붙는다는 단점은 있죠. 매널리즘(mannerism)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 자꾸 새로운 업무를 줄 필요가 있어요"
김 원장에게 간호조무사의 칭찬을 부탁했다.
"다른 의원의 많은 간호조무사들은 병원 일이 자기 일은 아니지만 취직했으니까 어쩔 수 없이 일을 한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우리 간호조무사들은 자기 일이라고 생각하고 일을 해요. 내시경 검사나 검진 등 각 분과에서 자기 일이라고 생각하고 관리할 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원장이 관여하지 않도록 스스로 잘 하고 있어요."
서운한 점은 없을까.
"특별히 서운한 것은 없어요. 다만 간호조무사들은 점심시간에 환자가 오는 것을 싫어해요. 환자는 2~3분 늦는 것 때문에 한 시간을 기다릴 때도 있잖아요. 노인 환자같이 기다리기 힘든 사람들은 봐줘도 되는데 말이에요."
이런 상황은 환자를 대한 의사와 간호조무사 각각의 시각의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설명이다.
"식사시간만 되면 들어가서 나오지 않는 것이 조금 아쉽긴 해요. 하지만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에요. 그럴 때는 내가 혼자 접수하고 진료하고 다 해요. 의사는 평생가는 환자라고 생각하지만 간호조무사는 그 환자가 평생 환자라고 생각하는 것 같지 않아요. 환자를 보는 의사와 간호조무사의 차이랄까요. 식사시간만 되면 나오지 않는 것이 조금 아쉽긴 해요."
원장과 간호조무사 간의 고용관계는 일반 기업에서의 고용관계와 어떻게 다를까.
"일반 기업은 오너와 직원의 업무가 다르지만 의원에서는 오버랩되는 업무가 많아요. 일반적인 기업은 자신의 일만 잘하면 월급이 나오지만 여기는 같은 환자를 대상으로 업무를 하다 보니 원장과 간호조무사가 서로 마음이 안 맞으면 바로 일에 지장이 와요. 때문에 라포가 다른 고용관계보다 굉장히 강해야 해요."
간호조무사와의 관계는 직원이 처음 들어왔을 때의 배려가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원장과 간호조무사와의 관계 뿐 아니라 직원과 직원 간의 관계에도 원장이 직접 신경을 써야한다는 것이다.
"간호조무사가 처음 들어왔을 때 그 간호조무사가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와 관심이 있어야 해요. 직원 간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도 초기에 관심을 갖고 해결해주려고 노력해야 해요. 간호조무사 간의 관계형성도 원장의 책임이에요. 초기 몇개월 간은 새로 들어온 간호조무사가 익숙해질 때까지 잘 도와주고 보살펴줘야 해요."
김은주 간호조무사 "가장 중요한 건 원장님 성격"
그렇다면 간호조무사의 생각은 어떨까. 솔직한 속내를 듣기 위해 김 원장이 있는 진료실과 떨어진 물리치료실에서 김은주 간호조무사를 만났다.
경력 15년차인 베테랑 간호조무사인 김은주 씨는 15년의 경력 중 11년은 김 원장과 함께 보냈으니 참사랑내과의 개원멤버인 셈이다.
김 간호조무사 스스로도 자신이 한 곳에서 오래 근무했다고 생각한다.
"첫 직장은 아니지만 김 원장님이 개원할 때 들어왔으니까 11년이 지났네요. 다른 의원의 간호조무사들의 근속기간과 비교하면 오래된 축에 속하는 것 같아요."
다른 병의원 간호조무사들 중에는 원장과의 갈등 때문에 그만 두는 경우도 부지기수라는 것.
"다른 의원의 경우 원장과의 나쁜 관계 때문에 그만 두는 간호조무사들도 많이요. 특히 월급을 제 때 안 준다거나 원장이 환자 앞에서 대놓고 인격적으로 무시할 때는 정말 그만 두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해요."
장기근속이 가능했던 이유는 원장님과 잘 맞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저도 사람이라 중간에 그만두고 싶은 적도 있었죠.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원장님이에요. 김 원장님하고는 잘 맞는 게 많아요. 특히 개원할 때부터 있었기 때문에 다른 의원 간호조무사들에 비해 애착심이 큰 것 같아요. 내것, 내일이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11년을 이곳에서 근무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만 두고 싶었던 이유는 원장님 때문은 아니고 환자들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여서 그래요. 아프신 분들은 기본적으로 짜증을 안고 오기 때문에 좋은 말로 하지 않아요. 그런 점을 감안한다고 해도 반말을 한다거나 원장님 말만 들으려고 할 때는 대화도 안 되고 힘들어요."
김용범 원장에 대한 칭찬을 부탁해봤다.
"원장님은 휴가를 줄 때도 일방적으로 언제 쉬어라고 하는 게 아니라 먼저 우리의 의견과 생각을 묻고 존중해 주세요. 월차도 꼬박꼬박 쓸 수 있도록 챙겨줄 뿐 아니라 인센티브가 정해져 있진 않지만 해마다 신경을 써 주세요."
이직을 생각해본 적도 있지만 지금 원장 같이 좋은 원장을 못 만날 것 같다는 생각도 털어놨다.
"솔직히 일하면서 가끔 이직을 생각할 때도 있어요. 다른데 가서 근무한다 하더라도 환자들의 스타일은 다 거기서 거기에요. 원장님과의 유대관계가 좋으면 환자에 의한 스트레스가 많아도 그날 풀고 잊어버릴 수 있어요. 그러나 그만큼 좋은 원장을 만나기는 어렵죠. 지금 원장님이 100%라고 할 수는 없지만 70~80% 좋은 원장을 만나기조차 힘든 것이 사실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