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A산부인과의원에 근무하는 간호조무사가 결핵에 감염된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22일 현재 해당 산부인과의원에 신생아 보호자들의 항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본부와 부산시 보건당국은 해당 산부인과의원의 감염관리체계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지만 보호자들의 항의는 그치지 않고 있어 해당 산부인과의원이 존폐 기로까지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부산시 보건당국은 지난 15일 모 산부인과의원에 근무하는 간호조무사 A씨가 정기건강검진을 받은 후 결핵에 감염된 사실을 확인하고 역학조사에 들어갔다고 21일 밝혔다.
시는 결핵이 확인된 이튿날인 16일부터 18일까지 질병관리본부와 합동 조사팀을 형성해 현장조사를 실시한 후, 질병관리본부의 관련 전문가 자문을 거쳐 역학조사를 실시하는 등 조기대응에 나섰다.
특히 질병관리본부와 시 보건당국은 결핵 발병을 조기에 차단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판단 아래, 감염 가능성이 있는 병원 근무자와 신생아·영아 등 200여명을 대상으로 결핵 검사 및 예방적 항결핵제 투여를 실시키로 했다.
보건당국은 근무하던 간호조무사가 결핵에 감염된 것이 A산부인과의원과 원장의 책임과 무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에이즈․결핵관리과 관계자는 메디칼타임즈와 통화에서 "A산부인과의원이 감염관리를 부적절하게 했다거나, 해당 간호조무사가 A산부인과의원에서 감염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결핵을 완벽하게 차단하기 위해서는 사실상 외부활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며 "이번에 의료인의 결핵예방을 위해 매년 흉부 엑스레이 검사와 잠복 결핵을 검사토록 법을 개정한 만큼 일정 부분 개선될테지만 우리나라 현실에서 모든 의료인이 한명도 결핵에 걸리지 않도록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부산시 보건당국도 현장조사 결과 A산부인과의원의 잘못은 없다고 결론지었다.
시 보건관리과 관계자는 메디칼타임즈와 통화에서 "현장조사를 3일간 했는데 A산부인과의원의 잘못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해당 간호조무사는 결핵예방법에 따라 매년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그동안 이상이 없다가 우연히 감염된 것이 이번에 확인된 것"이라고 말했다.
A산부인과의원 간호조무사 결핵 감염은 '사고'의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A산부인과의원은 규칙대로 했을 뿐"이라며 "해당 산부인과의원 입장에서는 사고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해당 간호조무사의 결핵상태를 활동성으로 보기에는 무리라는 의견도 제시했다.
이 관계자는 "조사 결과, 간호조무사는 기침이나 증상이 없는 상태며 활동성 결핵으로 보기에도 무리가 있긴 하다"며 "누군가 총대를 맬 사람이 있으면 감염 가능성이 낮아 관계없다고 할텐데 만일 신생아 중 한명이 결핵에 걸리면 책임을 지기 곤란한 상황(이라 말을 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질병관리본부와 시 보건당국 모두 A산부인과의원에 직접적인 잘못이 없는 만큼 이번 사건으로 인해 해당 산부인과의원에 피해가 가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런 이유로 시 보건당국은 A산부인과의원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보호하겠다는 약속까지 하고 역학조사에 착수한 상태이다.
부산시 보건관리과 관계자는 "A산부인과의원의 존폐가 달렸기 때문에 적극 보호하겠다는 약속하고 역학조사팀이 조사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 부산지역의 산모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A산부인과의원 간호조무사의 결핵감염 사실이 퍼지면서 해당 산부인과의원을 기피하는 경향이 빠르게 늘고 있다.
심지어 커뮤니티를 통해 A산부인과의원의 이름과 위치까지 공개된 상황이다.
산부인과의사회에 따르면 지난 22일 현재 A산부인과의원 앞에는 신생아 보호자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산부인과의사회 관계자는 "A산부인과 원장에 따르면 산모와 가족들의 항의로 난리가 난 상황"이라며 "산모들이 전원 퇴원했음은 물론 원장이 도대체 직원을 어떻게 썼길래 이런 사태가 발생했느냐는 등의 항의와 함께 플래카드까지 걸고 항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해당 원장에 따르면 현재 폐업 직전까지 닥친 상황"이라며 "원장이 옥상에서 뛰어내리겠다고 할 정도로 심적 고통이 큰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A산부인과 원장은 부산에서도 성실하기로 소문났던 사람이고 간호조무사의 결핵 감염 사실을 성실하게 신고한 죄 밖에 없다"며 "이번 사건을 원장이나 A산부인과의원의 잘못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A산부인과의원에 대한 지나친 역학조사나 보호자들의 시위로 폐업에 이를 경우 향후 직원의 감염 사실을 알고도 감추려는 의료기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산부인과의사회 관계자는 "의료기관이 직원 감염과 관련이 없다면 영업권을 보장해줘야 한다"며 "산부인과 뿐 아니라 다른 과도 직원 중 누군가 결핵에 걸릴 수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해 병원이 폐업에 이른다면 앞으로 직원들의 감염 사실을 알더라고 일부러 신고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산부인과의사회 차원에서 이번 사태와 관련한 대책을 수립할 방침"이라며 "다만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어 현재 뭐라고 이야기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직원의 결핵 감염이 확인된 의료기관의 경우 불필요한 피해가 가지 않도록 대책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 에이즈․결핵예방과 관계자는 "신생아의 결핵 예방과 안전도 중요하지만 의료기관에 대한 불필요한 피해도 주의해야 한다"며 "조만간 언론 등을 통해 A산부인과의원 간호조무사의 결핵 감염은 누가 잘못한 것이 아니라는 점과 최대한 위험성이 낮다는 점을 설명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완벽하게 피해가 없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이 부분에 대한 대책도 고려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