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에 따르면 환자에게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한의사들이 제대로 대처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부터 한의사가 의약품을 처방하는 실제 목격담까지 포착되고 있다.
최근 한 의사커뮤니티에는 모 한의사가 야간당직을 하면서 울렁거림, 열 등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맥페란, 타이레놀 등을 처방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PRN(필요할 때마다) 오더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처방을 했다는 것이다.
글을 올린 의사는 "심폐소생술 등이 필요한 긴급 상황에서 당직 중인 한의사가 잘 대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의료법에는 당직의사 규정은 숫자 제한만 있을 뿐 면허는 따로 구분돼 있지 않다.
의료법 41조에 따르면 각종 병원에는 응급환자와 입원환자 진료에 필요한 당직의료인을 둬야 한다. 의료법 시행령에는 입원환자 200명마다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는 1명 간호사는 2명을 두게 돼 있다.
여기서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는 'and'가 아닌 'or'의 개념이다. 당직을 서기 위해 세 면허 중 하나는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규모가 작은 일부 병원들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의사보다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은 한의사를 고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구인구직 사이트를 들어가보면 당직 한의사를 채용한다는 공고가 줄을 잇고 있다. 연봉도 3600만원에서 5500만원까지 다양하다.
당직 한의사를 채용 중인 인천 A요양병원 관계자는 "현행법 상 치과의사나 한의사도 당직을 설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응급상황에서 한의사가 적절한 응급처치를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아무래도 한의사 인건비가 의사보다 낮다보니 당직의사로 채용하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한의사에 대한 요양병원들의 수요가 높아지다보니 몸값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의료계는 의료기관 내 야간 응급상황에서의 적절한 조치를 위해 현행법에서 당직의사의 규정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사회통념상 예측하지 못한 응급상황이 왔을 때 한의사보다는 의사가 더 잘 대응할 것 같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예를들어 환자가 발목을 삐었을 때, 의원이나 한의원을 선택해서 가지만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의사를 찾는다.
이 관계자는 "의료법에서는 의사의 행위적 방법론만 제한하고 있다. 야간당직은 누가 해야 한다고 법조항을 상세하게 규정해 주지 않는 한 계속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법에 따르면 한의사가 당직을 설 수는 있지만 양방 처방을 내려서는 안된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의료법 41조에 따르면 한의사가 당직을 설 수 있다는 것은 맞지만 면허이외의 행위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관계자는 "의료법 27조에 따르면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고,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행위는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당직의료에 대한 규정이 오래되다 보니까 병원들이 변칙적으로 운영하는 경향이 있다. 당직의사 문제는 장성요양병원 화재 사고 이후로 여러 문제들이 불거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한의사를 당직의사로 둘 수는 있지만 처방을 할 수 없다는 법의 상충 부분은 앞으로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