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만날 때마다 대학의 반값 등록금 얘기를 꺼내며 한숨을 쉬는 대학병원 교수가 있다.
초등학교 무상급식이 이슈가 됐으면 그 다음에는 중고교 무상교육에 대해 논의를 해야하는데 이를 건너뛰고 갑자기 의무교육도 아닌 대학의 등록금을 둘러싼 논쟁으로 확산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일리 있는 말이다. 대학 등록금이 가계 부담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적어도 교육 분야에 정부의 예산을 투입한다면 선택사항인 대학 교육보다는 필수 교육 대상인 중·고교생에 대한 지원이 우선돼야 하는게 당연하다.
대학병원 교수가 뜬금없이 반값 등록금 이야기를 자꾸 꺼내는 것은 최근 보건의료 정책에서도 기준없이 정부 예산이 투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취임 전부터 의료의 보장성 강화를 외쳐왔다.
실제로 취임 후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에 대한 환자들의 금전적 부담을 크게 줄이며 보장성을 높였다.
이로 인해 손해가 예상되는 의료기관들의 원성이 높자 수가 보전책까지 마련하며 일방향 직진 중이다.
예산을 풀어 병원의 불만을 잠재워서라도 보장성을 높이겠다는 대단한 의지가 엿보인다.
여기서 한가지 물음표가 달린다. 정부가 암 등 4대 중증질환에 대한 급여를 확대하기로 하면서 고가항암제와 캡슐내시경 등 고가의 검사가 포함했는데 왜 호스피스 간병비에 대한 지원은 후순위로 밀렸을까.
암 환자가 각 가계에 미치는 경제적 부담이 큰 것은 맞다. 하지만 간병비는 암 환자 이외에도 더 많은 환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폭 넓은 보장성 강화임이 분명하다.
특히 말기 암환자의 생명을 일주일 혹은 한달 연장해주는 고가항암제에 건보 재정을 쏟아부어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캡슐내시경도 마찬가지다. 국가 건강검진에서 일반 내시경검사는 공짜로 해줘도 수면내시경을 선택하면 본인 부담금을 받는다. 그런데 갑자기 캡슐내시경에 급여를 적용한 것은 선뜻 이해가 안된다.
최근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표한 간호서비스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환자의 36.6%가 간병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으며 이중 80%이상이 한달 평균 210만원의 간병비를 지출한다.
복잡한 계산이 없더라도 간병비에 대한 지원은 암 환자 보다 다수의 환자에게 파격적인 혜택으로 다가올 것이 분명하다.
물론 건보재정이 넘쳐서 모든 의료를 보장해줄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재정은 한정돼 있다.
이 시점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중·고교 무상교육이 우선일까, 일부 학생이 선택적으로 진학하는 대학의 반값 등록금이 우선일까.
보장성 강화는 50조원 이상의 막대한 예산을 쏟는 일이다.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정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