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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외과의 변화…전공의 '수련생'으로 인식 전환

발행날짜: 2014-08-09 05:52:25

응급실에 외과 전문의 채용…전공의 업무 부담 최소화

"전공의 주80시간 잘돼가냐고요? 요즘엔 야간시간은 수술장에서 레지던트 얼굴 보기 힘들어졌어요."

복지부의 전공의 주 80시간 근무제 시행의 효과일까. 전공의들의 계속된 문제제기에 따른 변화일까.

바뀌지 않을 것만 같았던 전공의 수련환경에 조금씩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서경석 서울대병원 외과 주임교수
최근 서울대병원 서경석 외과 주임교수는 수술장에서부터 달라진 외과 전공의들의 수련환경을 전했다.

이제 서울대병원 외과 전공의들에게 주 100시간 근무와 매일 연속되는 야간당직 등 혹독한 수련환경은 과거의 이야기가 되고 있다.

서울대병원 외과는 4년차에 한해 주 80시간(교육시간 포함 88시간) 규정을 적용하고 1~2년차 전공의들에게는 연속 근무시간 제한규정을 맞추고 있다.

전공의들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자연스럽게 교수는 물론 전임의, PA간호사들의 업무부담이 가중됐다.

서경석 교수는 "과거에는 전공의를 의료인력으로 바라봤지만 최근에는 수련을 받아야하는 대상으로 인식이 바뀌었다"면서 "교수 등 다른 의료인력의 업무가 늘어나는 것을 감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 교수에 따르면 실제로 오후 6시 이후 수술장에선 전공의를 찾아보기 힘들다. 전공의 대신 전임의나 PA간호사로 대체됐다.

특히 당직이 아니어도 병원에 남아서 자거나 교수의 병동 회진시간을 맞추기 위해 심야시간까지 대기하는 일이 거의 사라졌다.

가장 큰 변화는 전공의들의 응급실 근무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외과 전문의를 별도로 고용했다는 점이다.

서 교수는 "과거에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겠지만, 얼마 전 외과 내부의 기금으로 월급을 주는 의료인력을 고용했다"면서 "전공의들의 수련환경을 바꾸고 주80시간 규정을 맞추려면 추가적인 인력 채용이 불가피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전공의가 수술장을 지키는 빈도가 줄어들면서 외과 전문의로서 술기를 제대로 익히지 못하는 등 의료의 질이 저하되는 것을 우려해 수련 체크리스트도 만들었다.

서울대병원 외과가 이처럼 파격적인 변화를 도모하는 것은 이제 변하지 않으면 더이상 외과를 유지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최근 젊은 의사들이 외과기피 현상이 심각한 것을 감안할 때 외과의 수련환경 개선은 이제 반드시 해결해야만 하는 과제가 됐다.

하지만 일개 병원의 노력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서 교수는 "병원이 전공의를 수련의 대상으로 바라보려면 수련을 위한 비용을 국가에서 보조해줄 필요가 있다"면서 "같은 맥락에서 외과 진료에 대한 수가도 개편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외과 전공의에게 제대로 된 수련을 실시하려는 것은 미래의 의료를 위해서인데 아무리 수련환경이 좋아도 수가현실화가 안되면 외과 기피현상은 계속될 것"이라면서 "응급수술을 할 외과 전문의가 부족하면 결국 의료의 질이 추락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