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암센터가 갑상선암 검진 권고안을 발표했음에도 갑상선 암 검진을 둘러싼 찬반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검진 권고안은 '증상이 없으면 검진을 말라'는 내용인데 정작 갑상선암 수술을 하는 외과 의사들은 자칫 치료시기를 놓치는 환자가 속출할 것이라며 강하게 우려를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갑상선내분비외과학회 박정수 교수(연세의대)는 22일 '증상이 없으면 갑상선암 검진 말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권고안에 관한 다른 나라의 현황과 함께 외과적 견해를 밝혔다.
박 교수는 갑상선암 명의로 정년퇴임 직후 세브란스에 재임용돼 여전히 하루 100명 이상 외래환자를 진료하고 한해 1000케이스 이상 수술하는 외과 전문의라는 점에서 그의 주장에 더욱 무게가 실린다.
박 교수는 "국가기관에서 국민이 암 검진을 못하게 제동을 걸고 나올 모양"이라면서 "건강검진이라 함은 병을 조기에 발견, 치료해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인데 증상이 없다고 해서 검진을 받지 말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최근 위암, 대장암, 폐암, 간암 등 치료율이 높아진 가장 큰 원인도 조기발견에 따른 조기치료 덕분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이 없는데 유독 갑상선암에 대해 검진을 하지 말자는 것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암이 증상이 생겼을 때는 정착 치료가 늦어 완치하기 어려운 상태"라면서 미국의 암 네트워크 보고를 인용해 대부분의 갑상선암은 증상이 없이 발견된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지난 2010년 미국암협회(American Cancer Society)가 발표한 갑상선암 5년 생존율을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유두암의 1, 2기의 생존율은 100%였지만 3기는 93%, 4기 51%로 큰 격차가 발생했으며 여포암의 경우에도 1, 2기에는 100%였지만 3기 75%, 4기 50%로 생존율이 반토막 났다.
특히 수질암은 1기 환자는 98%로 100%에 가까운 생존율을 보이는 반면 3기 환자는 81%, 4기는 28%로 크게 떨어졌다.
즉, 암이 늦게 발견될수록 환자 생존할 확률이 크게 줄어드는 셈이다.
또한 그는 1cm미만의 갑상선 암을 치료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미국의 수치를 들어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에 따르면 지난 1988년부터 2010년까지 미국에서 치료한 증상이 없는 1cm미만 갑상선암환자 2만 9512명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갑상선안에만 있는 초기암이 82.4%로 가장 많았지만, 갑상선 주위로 암이 전이된 환자가 16.6%, 원격전이(뼈 등 다른 장기까지 전이된 것)된 환자가 1.1%에 달했다.
국내 환자도 유사한 패턴을 보였다. 박 교수는 지난 2013년 1월부터 12월까지 1년간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치료한 갑상선 암환자를 분석한 결과를 제시했다.
갑상선 암 증상이 없지만 건강검진에서 발견돼 수술한 2409명의 환자를 조사해보니 병기 1단계 환자가 68.2%로 가장 많았지만 병기 2단계 0.5%, 병기 3단계 28.4%, 병기 4단계 2.9%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이를 세분화해서 암 크기가 1cm이하인 환자가 73.6%였지만 1cm이상인 환자도 26.4%에 달했으며 특히 피막침범 및 중앙 림프절 전이 증상으 보인 환자가 각각 63.3%, 36.7%로 나타났다.
즉, 증상이 없는 사람 중에서도 1/3이상이 병기 3단계 이상까지 진행됐다는 것은 그만큼 사망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박 교수는 "병기 3단계 이상의 환자는 100%생존율을 기대하기 어렵다"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없다고 진단도 하지않고 치료도 안해도 되는 것일까"라고 되물었다.
그는 의료사회주의 국가인 영국의 사례를 들어 "조기 검진을 하지 않다보니 갑상선암의 1년 생존율이 80%에 불과하고 5년 생존율이 여성은 79%, 남성은 75%에 그친다"라면서 "한국도 조기발견을 못하게 되면 조만간에 영국과 같은 상황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면밀한 자료분석 없이 관련 학술단체의 검증없이 공청회 몇번으로 생명에 관한 검진을 하지말라는 말을 함부로 할 수 있느냐"라면서 거듭 문제를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