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독감예방접종 시즌을 앞두고 올해도 어김없이 저가 독감예방접종 의원이 등장해 인근 개원가의 한숨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메디칼타임즈는 매년 저가 독감예방접종으로 의료계 내에서 논란이 된 바 있는 서울의 Y이비인후과 의원을 찾아 예방접종과 관련된 상황을 알아봤다.
Y이비인후과 의원은 8월말까지 예약 시 1만5000원으로 접종이 가능하다는 점을 홍보하고 있었다.
인근 개원가들이 2만5000원~3만원 정도로 독감예방접종을 진행하는 것과 비교했을 때 1만원에서 1만5000원 가량 저렴한 '반값' 독감예방접종인 셈이다.
이마저도 지난해 9900원으로 독감예방접종을 했던 것과 비교했을 때, 5000원 가량 가격이 오른 것으로 최근 제약사들이 독감백신 사입가를 1만700원가량으로 책정한 것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Y이비인후과 측은 "일단 8월 말까지 1만5000원을 입금한 환자들에 한해 독감예방접종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예약한 환자들은 독감백신이 들어오는 추석 이후에 접종을 해 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저가 독감예방접종이 알려지자 인근 주민뿐 아니라 송파 등 강남에 거주하는 환자들까지 Y이비인후과를 찾고 있었다.
잠실에서 아이와 함께 왔다는 A씨는 "독감예방접종이 저렴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멀리서 찾아왔다"며 "일단 예약하고 추석 이후에 다시 내원하기로 했다. 이비인후과인데 피부과도 있고 모든 진료를 다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인근 개원가들이 18만원 가량 접종비를 받고 있는 성인 폐렴구균 백신인 '프리베나13'도 절반가격 정도인 9만5000원을 받고 진행하고 있었다.
성인 폐렴구균 백신을 받기 위해 내원했다는 B씨는 "송파구에 거주하는 데 인근 개원가에서는 18만원 정도하는데 여기는 반값이라고 해서 찾아왔다"며 "지인이 소개해줘 찾아오게 됐는데 정말로 저렴한 것 같다"고 반가워했다.
인근 개원가 '지포자기'…보건당국 "전형적 박리다매형"
이러한 상황이 몇 해 째 지속되다 보니 인근 개원가들은 이제 익숙해져버린 상황이 자포자기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
인근 C내과 측은 "우리도 독감예방접종 및 다른 예방접종들도 하고 있는데 (Y이비인후과의원이)워낙 저가 예방접종으로 유명해지다보니 모든 환자들이 그 쪽으로 몰리는 것이 사실"이라며 "가격을 내리기도 해봤지만 안 되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D소아청소년과 원장은 "서울에 이러한 저가예방접종을 진행하는 의료기관이 Y이비인후과뿐 아니라 여러 곳 있다"며 "환자에 대한 봉사라는 이유로 저가예방접종을 진행한다고 밝히는데 그러면서 어떻게 3층은 물론, 1층과 2층에 피부과와 성형외과를 차릴 수 있겠느냐"고 비난했다.
실제로 Y이비인후과의원은 같은 상가 1층에는 피부과 및 성형외과, 2층에는 탈모클리닉, 3층에는 이비인후과를 함께 운영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를 저지할 뚜렷한 방법은 없는 상황이다.
대한소아청소년과개원의사회 관계자는 "이는 의사들 사이에서의 도의를 저버리는 행위이다. 아무리 행태를 저지하려고 해도 소용이 없다"며 "제약사 측에 협조를 요청하려 해도 공정거래법 위반이 될 수 있어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질병관리본부 또한 전형적인 박리다매형 의료기관이라고 비판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독감예방접종은 물론이거니와 다른 예방접종도 많이해 이익을 남기려는 전형적인 박리다매형 의료기관"이라며 "상당한 덤핑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정부가 다 의료기관들의 예방접종 가격을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현재 진행하고 있는 바우처 사업의 백신 가격과 비슷할 것 같은데 의료계 사이에서 비난 받을 수 있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