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고용 승계 등을 조건으로 제약계에 크고 작은 M&A(인수합병)이 발생하고 있지만 '빛 좋은 개살구'라는 지적이 많다.
인수된 제약 직원 대다수가 합병 2~3년 후 직장을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M&A 피인수 경험자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텃세가 분명 존재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표적으로 승진, 주요 업무 할당 등에 대해서다.
다국적 A사 관계자는 "우리는 아무래도 팔렸기 때문에 을의 입장이다. 전 직장에서 주요 품목을 맡고 있지 않았다면 조만간 이직을 각오해야한다. 업무 할당도 차별을 받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주요 품목 담당 역시 수년 안에 바뀔 공산이 크다. 그만큼 피인수 제약사 직원들은 눈칫밥을 먹을 수 밖에 없다. 승진도 눈에 보이지 않는 텃세가 있다. 이런 분위기 탓에 나 역시 3년이 넘은 시점에서 타 제약사로 자리를 옮겼다"고 귀띔했다.
다국적 B사에 인수된 후 1년만에 타 업종으로 직장을 옮긴 A씨도 비슷한 심경을 밝혔다.
그는 "첫 6개월은 기존에 하던 호흡기 제품 PM을 계속 맡았지만 갑자기 OTC 마케팅으로 발령이 났다.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5개월 노력했지만 이건 아니다 싶어 5개월만에 타 업종으로 직장을 바꿨다"고 토로했다.
최근 알보젠에 인수된 드림파마 직원들도 불안감이 높다.
한 관계자는 "이르면 12월 승계 작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계약서에는 100% 고용 승계를 명시하고 있지만 빛 좋은 개살구 아니겠느냐. 몸 담고 있는 부서가 전문성이 요구해 나름 자신은 있지만 그곳에 가서 어떤 업무를 맡을지는 모를 일"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우리 회사도 모 제약사를 인수한 적이 있는데 지금 남은 인원은 1~2명 뿐이다. 팔린 제약사 직원들은 고용 승계되더라도 앞 날을 걱정해야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