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과 베링거인겔하임은 지난 29일 SGLT-2 억제 당뇨신약 '자디앙(엠파글리플로진)'의 공동 판매 제휴를 체결했다.
DPP-4 억제제 '트라젠타(리나글립틴)', '트라젠타 듀오(리나글립틴+메트포르민)', ARB+CCB 고혈압복합제 '트윈스타(텔미살탄+암로디핀)' 등에 이은 유한과 베링거의 '나만 바라봐' 계약 행진이다.
유한과 베링거의 '자디앙' 코프로모션을 두고 업계의 반응은 극과 극이다.
사실 양사의 코프로모션은 과거의 기분 좋은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앙사는 후발주자라는 절대적인 핸디캡을 딛고 '트라젠타', '트윈스타'를 무려 800억원대 초대형 품목으로 성장시켰다. '자디앙'을 잘 해보자고 손 잡은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 '자디앙'은 상황이 미묘하다. 트라젠타와 자디앙이 병용 급여 기준 등을 고려할 때 사실상 경쟁 관계에 있는 약이기 때문이다.
시너지 효과도 있겠지만 자칫 '우산 장수 짚신 장수 엄마' 처지가 될 수 있다는 소리다.
"후발주자 성공 노하우, 자디앙에도 고스란히 전파"
유한과 베링거의 '자디앙' 결합에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쪽은 양사의 '후발주자 성공 경험'이다.
또 양사가 영업 및 마케팅을 하루 이틀 해 본 사이가 아니라는 점에서 '자디앙 호흡 맞추기'에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국내 A사 당뇨약 PM은 "양사는 트라젠타에 메트포르민 복합제 트라젠타 듀오, 자디앙까지 최근 핵심 당뇨 계열 3가지를 모두 보유하게 됐다. 특히 트라젠타 성공 경험은 거래처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자디앙의 무임 승차가 예상된다"고 바라봤다.
그러면서 "아직 가격이 결정되지 않았고 급여 출시일이 불명확하다는 점은 변수로 작용할 수 있겠다. 그래도 환자별 맞춤 처방이 대세인 만큼 자디앙도 대박은 아니더라도 중박은 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트라젠타 vs 자디앙 경쟁 불가피…잇단 대형 품목에 피로감"
하지만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트라젠타'와 '자디앙'이 메트포르민 이후 선택 약제라는 점에서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실제 9월부터 적용된 당뇨병약 병용 급여 개정안을 보면 SGLT-2 억제제는 메트포르민이나 설포닐우레아와 같이 썼을 때 급여가 인정된다. DPP-4 억제제 병용시 보험 적용이 안된다.
결국 메트포르민 불충분 환자에게 약을 더 할때 '트라젠타'냐 '자디앙'이냐를 놓고 의료진이 고민할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B대학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개인적으로 새 계열인 SGLT-2는 처음 진단 받은 환자에 적합하다고 본다. 젊으면 신기능도 정상인 경우가 많고 최근 추세를 보면 초기라도 비만 환자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때문에 초기 환자에 메트포민+SGLT2도 괜찮다고 본다. 체중 감량 등에 효과가 있어서다. 이렇게 보면 메트포민+DPP-4 시장이 양분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잇단 대형품목 계약으로 쌓인 유한 영업사원들의 피로감도 변수다.
현재 유한은 베링거 3품목 외에도 길리어드 B형간염약 '비리어드(테노포비어)' 등 초대형 품목이 다수 거느리고 있다. 갈수록 영업해야할 품목이 많아지면서 집중력이 분산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새 제품이 들어온다고 기존 품목을 소홀히 해야한다는 뜻은 아니다. 기존은 유지하면서 새것도 잘해야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유한이 최근에 도입한 품목은 원개발사에서 모두 집중하는 제품이어서 부담이 클 것이다. 자디앙까지 들어오면 업무량과 집중도가 포화상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