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와 환자간 원격의료 시범사업이 강원 홍천군과 경북 영양군을 시작으로 시행에 돌입하자마자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비판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혈압계와 혈당계 장비를 일괄 지급하기 전까지 기존 장비를 사용하겠다는 보건소도 있는데다가 프로토콜 미비로 각 보건소별 시행 시기도 제 각각이어서 변인이 통제되지 않는 시범사업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2일 경북 영양군보건소는 원격모니터링 시범사업을 위한 제반 사항을 갖추고 시범사업에 돌입한 반면 강원 홍천군보건소는 프로토콜 미비로 아직 시행에 발을 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복지부는 원격의료 시범사업이 9월 말 강원 홍천군과 경북 영양군 2곳 지역 보건소에서 시행되고 있다고 밝혔지만 실제로 홍천군보건소는 아직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것이다.
홍천군보건소 관계자는 메디칼타임즈와의 통화에서 "기존의 원격의료 시범사업 시스템을 사용할 순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어서 시행을 못하고 있다"며 "환자 등록을 어떻게 받거나 실험군-대조군을 어떻게 나눠야 할지 복지부의 안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영양군보건소는 기존 만성질환관리자 중 신청을 받아 100명 내외로 원격모니터링 대상자를 선정해 놓은 상태다.
문제는 이들 보건소의 원격의료 시범사업의 시행 시기도 다른 데다가 기존 장비를 활용하는 곳도 있어 '변인 통제'가 이뤄지지 못한다는 데 있다.
동일한 여건과 장비의 사용이 아니라면 혈압계나 혈당계 장비별 오차나 기계 결함에 따른 의미있는 안전성, 유효성 평가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홍천군보건소 관계자는 "이미 강원도 시책 사업으로 의료인-의료인간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했기 때문에 기존 장비를 사용할 예정"이라며 "아직까지 장비가 확보되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영양군보건소도 복지부의 장비 지급 전까지 기존 장비를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영양군보건소 관계자는 "아직 복지부에서 지급받은 혈압계나 혈당계는 없다"며 "기존의 원격영상진료 사업에서 사용했던 장비와 영상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추후 교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협은 변인 통제가 이뤄지지 않는 시범사업 결과는 의미가 없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가하고 있다.
신현영 의협 홍보이사 겸 대변인은 "모든 실험의 가장 기본은 실험군과 대조군의 정확한 분류 기준 설정과 실험 외 외부 변수를 완벽히 배제하는 변인 통제에 달려있다"며 "지금 시범사업으로는 원격의료를 했을 때의 환자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혈압계나 혈당계도 장비마다 측정 값의 오차나 기계적 결함 등 변차가 존재하기 마련"이라며 "시행 시기나 장비가 제 각각인 경우 다양한 변수들로 인해 의미있는 결과가 나오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작 600명에 불과한 실험군으로 시범사업을 한다는 것도 넌센스지만 나머지 대조군 600명도 고혈압과 당뇨 환자로 한정하는지도 의문이 든다"고 덧붙였다.
복지부도 시범사업의 한계를 일부 인정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영양군보건소의 경우 당장 장비를 지급하기 어렵기 때문에 순차적으로 지급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면서 "홍천군 보건소는 일부나마 장비 지급이 이뤄지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원격의료 장비를 활용하는 지역에서는 의미 있는 변인 통제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 "확실한 실험군-대조군 선정과 변인 통제가 이뤄진 시범사업은 신규 지역지를 중심으로 해서 결과가 나올 것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