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제약에서 생산하는 '페노바르비탈정'의 품절사태로 뇌전증(간질)환자 진료에 초비상이 걸렸다.
'페노바르비탈정'의 수입원료가 부적합 판정을 받으면서 해당 약물에 의존했던 간질환자들은 당장 생명에 위협을 느껴야하는 상황에 내몰린 것이다.
'페노바르비탈정'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하나제약에서만 생산하는 약물로 과거부터 간질환자들에게 처방해왔다.
최근에 출시된 간질약을 복용한 신규환자는 사실 문제가 없다. 문제는 과거부터 '페노바르비탈정'을 복용해온 환자들.
이 약의 특성상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갑자기 약을 바꾸면 환자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서서히 오랜 기간에 걸쳐 약물을 바꿔야한다. 바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약물은 없는 상태다.
한림대병원 민양기 교수는 "이 약을 복용하던 환자가 갑자기 중단하면 간질중첩증을 일으켜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면서 "간질중첩증은 사망률이 30%에 이르는 심각한 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장 다음달부터 약을 구할 수 없다면 간질중첩증 환자가 급증하는 것은 자명한 일"이라면서 "간질환자에 대한 처방에서는 당분간 예외적으로 허용해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당장 환자가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상황인 만큼 '페노바르비탈정'에서 다른 약으로 바꿀 때까지만이라도 한시적으로 허용해달라는 얘기다.
실제로 수년 전 타르색소 파동으로 해당 약 생산이 중단됐을 당시에도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예외적으로 생산을 허가한 바 있다.
민 교수는 "이 약을 복용하던 환자들에겐 생명이 달려있다. 원료가 부적합 판정을 받았지만 지금까지 이 약 덕분에 큰 위기를 면해온 게 사실이다. 정부는 이를 감안해 주길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