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환자중심의 병원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개원한 삼성서울병원이 벌써 20돌을 맞았다.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이제 성인이 된 셈이다.
친절과 서비스라는 생소한 화두를 던지며 새로운 의료 문화를 만들어온 삼성서울병원. 당시 비웃음을 샀던 그 비전들은 이제 병원계의 대세가 됐고 삼성서울병원은 단숨에 국내 5대 병원으로 우뚝 섰다.
송재훈 원장의 새로운 화두 '디지털 병원'
새로운 20년을 준비하는 삼성서울병원은 이제 새로운 화두를 던지고 있다. 그 키워드는 바로 '디지털'이다.
삼성서울병원 송재훈 원장은 6일 "삼성서울병원은 지난 20년간 세계 어느 병원도 이루지 못한 초고속 성장을 거듭했다"며 "특히 촌지, 보호자 등이 없는 3무 병원. 친절과 서비스라는 비전은 한국 의료 문화를 바꿔놓을 만큼의 영향력을 보인 것도 사실"이라고 운을 띄웠다.
그는 이어 "개원 20년을 맞은 지금 이제 또 다른 혁신을 꿈꿀 시간이 왔다"며 "이제는 한국 최고가 아닌 세계로 나아가야 하는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이번에 삼성서울병원이 내놓은 새로운 키워드는 바로 '디지털'이다. 디지털을 기반으로 하는 의료혁신을 통해 완벽하게 환자를 케어하는 맞춤 의학을 선보이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송 원장은 3가지 목표를 제시했다. 유전체 기반의 개인 맞춤의학과 환자 중심의 통합 진료. 임상시험 아시아 허브 도약이다.
이 모든 목표의 기반에는 디지털 헬스케어가 있다. 더이상 의료진에게 기대 진료로 병원이 성장하는 시대는 끝났다는 판단에서다.
송 원장은 "더이상 병상을 확충하고 진료량을 늘려 병원의 경쟁력을 갖추는 시대는 끝났다"며 "이제는 얼마나 더 환자에게 적합한 진료를 제공해 치료 효과를 높이는가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 모든 것은 디지털을 기반으로 하는 연구와 분석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라며 "3대 목표를 세운 것도 이를 이뤄가기 위한 계단"이라고 덧붙였다.
"맞춤 의학·통합진료·임상시험 허브 3대 과제"
이를 위한 준비도 이미 시작됐다. 유전체 기반 연구를 위해 유전체 연구소를 새롭게 신설했고 5천평에 달하는 미래의학관도 이미 신축에 들어갔다.
또한 통합진료를 목표로 이미 진료과간 장벽을 없애도 2개 특성화병원, 10개 클리닉으로 진료 시스템도 모두 개편했다.
특히 경증환자를 보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대폭 확충한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경증환자를 보며 개원가, 종합병원과 경쟁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를 위해 삼성서울병원은 아예 중환자가 아니라면 재진환자를 받지 말라는 특명까지 내려 놓은 상태다.
송재훈 원장은 "삼성서울병원이 아니면 치료하지 못하는 환자들의 생존율을 높이는 것이 우리가 가진 철학과 비전"이라며 "우리가 아니면 안된다는 배수진의 역할을 삼성서울병원이 하겠다"고 공언했다.
임상시험 인프라도 계속해서 확충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이 생각하는 목표는 2020년 최 임상 549개. 또한 1상 임상 109개다.
이렇게 구체적인 목표 수치를 세울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의 분석이 기반이 됐기 때문이다. 이미 디지털 병원으로 탈바꿈을 시작했다는 증거다.
송 원장은 "물론 이러한 목표들이 완벽하게 새로운 시도가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다"며 "하지만 한번에 버전을 2~3단계 올리는 것도 혁신의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삼성서울병원의 고도 압축 성장은 바로 이러한 모토에서 가능했다"며 "새로운 도약을 향해 또 한번의 혁신을 시도하는 만큼 앞으로 20년 후에는 세계속에 우뚝 선 삼성서울병원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