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의 자유로운 의료기기 활용이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국민 88.2%가 보다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을 폭넓게 허용해야 한다는 데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의사협회 산하 한방대책특별위원회는 이번 조사를 두고 "운전면허 없이 교육만 받고 운전을 하겠다는 식의 논리와 같다"고 평가절하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2012년도에도 비슷한 설문 결과로 의료기기 허용 주장을 공론화했던 만큼 이번에도 국회입법 등 물밑작업에 공을 들일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한의학정책연구원(원장 조 신)은 최근 전문 리서치 기관인 케이스파트너스에 '한의사의 기본적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국민조사 보고서'를 의뢰ㆍ분석한 결과 이 같은 내용(신뢰도 95%, 표본오차 ±3.1%p)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전국에 있는 20대부터 70대까지의 남성 501명, 여성 499명 등 총 1000명을 대상으로 이메일로 구조화된 설문지를 발송해 자료를 수집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먼저 '보다 정확한 진료를 위해 X-ray, 초음파, 혈액검사 등과 같은 기본적인 의료기기를 활용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하냐'는 질문에 88.2%(882명)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진단과 치료에 도움이 되므로 한의사의 기본적인 의료기기 활용을 인정해야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는 한의협이 2012년에도 국민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의의료 이용실태 및 한의의료정책에 대한 국민조사'에서 나온 현대의료기기(과학장비)를 사용 찬성 응답(87.8%)를 상회하는 수치다.
'한의사가 진료를 함에 있어 혈액검사기를 활용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하는가'라는 설문에는 응답자의 85.3%(853명)가 "한의사가 활용하여 진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한의사가 한의과대학에서 해부학과 생리학, 영상진단학 등 현대과학을 필수 교육 과정으로 이수하는 것을 알고 있는가'라는 문항에는 "모르고 있었다"가 58%(580명)로 "알고 있다" 42%(420명) 보다 많았다.
또 '현재 한의사가 관련 과목을 교육받았음에도 X-ray, 초음파영상진단장치 등과 같은 기본적인 의료기기를 활용해 진료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는 질문에도 응답자의 38.4%(384명)만이 "알고 있다"는 대답을 내놨다.
과반 수 이상의 국민들이 한의사가 의료기기의 자유로운 활용에 제약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한의학정책연구원은 "90%에 육박하는 국민들이 한의사의 의료기기에 대한 자유로운 활용에 찬성했다"며 "한의학이 보다 더 세밀하고 정확한 진료로 국민들의 건강증진과 삶의 질 향상에 더욱 기여해 주기를 바라는 열망이 담겨져 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원은 "안압측정기 등 한의사의 의료기기 활용은 지난해 말 헌법재판소 결정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법부도 적극 권고하는 사안이다"며 "입법부와 국민들까지 모두 바라고 있는 까닭에 정부는 조속히 의료기기 활용에 대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특위는 이번 설문조사를 '여론몰이'로 평가절하했다.
한특위 조정훈 위원은 "비슷한 맥락으로 변호사 수임료가 비싸니까 공인중개사에게 변호사 업무를 맡기자는 설문을 해도 80~90% 정도 찬성 의견이 나올 것이다"며 "교육을 받았으니 써도 된다는 식의 여론몰이를 해봤자 법적으로 허용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운전면허가 없는데 교육을 받는다고 운전을 할 수 없는 것처럼 의사면허가 없는 이상 현대의료기기 사용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며 "한방의료기기가 따로 있는데도 불구하고 현대의료기기 사용 주장을 하는 것은 한의학 원리에 근거해서 만든 한의학 기기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겠냐"고 덧붙였다.
실제로 2004년 한국한의학연구원은 한의사 6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이들 중 53%는 한의학적 원리를 응용하여 개발된 진단기기에 대해 불만족하고 있으며, 98%는 이들 기기 진단 결과의 임상적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