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당 80시간 근무를 골자로 하는 수련제도 개편안이 시행됐지만 상당수 전공의들은 오히려 근무시간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대다수 전공의들이 병원측의 압력을 못이기고 주당 80시간 밖에 근무하지 않았다는 허위 자료를 내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16일 대한의사협회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지난 10월 24일부터 11월 13일까지 약 20여일간 진행된 설문조사 결과 무려 81.4%의 전공의들은 주당 80시간 근무 상한제가 시행된 후에도 근무시간에 전혀 변화가 없다고 답했다.
특히 8.9%의 전공의는 오히려 근무시간이 더욱 늘어났다고 답해 충격을 더했다.
보건복지부가 수련실태를 면밀히 조사하겠다며 내놓은 수련현황표는 이들의 고통을 전혀 덜어주지 못하고 있었다.
절반에 가까운 44.5%의 전공의들이 병원의 압력때문에 수련현황표를 허위로 작성했다고 답했기 때문. 수련병원이 제출한 현황표와 실제 근무시간이 일치한다는 답변은 23%에 불과했다.
대전협 송명제 회장은 "많은 전공의들이 80시간 이상 근무를 하는 경우 별도의 '사유서'를 쓰도록 강요받고 있다"며 "마치 전공의 개인의 잘못으로 초과근무를 한 것처럼 꾸미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결국 수련환경을 개선하겠다고 내놓은 방안들이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전협은 복지부가 이 자료를 그대로 인용해 수련환경이 대폭 개선된 것으로 발표할 수 있다는 것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협박에 못이겨 제출한 수련현황표만 보고서 전공의들의 근무 환경이 좋아졌다고 발표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우려다.
송 회장은 "복지부는 허위 자료를 걸러내기 위해 전공의들이 민원을 넣으면 실사를 나가겠다는 말도 안되는 답변을 내놓고 있다"며 "설령 익명으로 제보를 넣는다해도 복지부가 특정 병원 해당 전공과에 실사를 나가면 제보자의 신변이 보호될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또한 그는 "결국 복지부도 전공의들과 수련병원이 알아서 해결보라며 뒷짐을 지고 있는 것 아니냐"며 "이는 사실 전공의들에게 가만히 하던 대로 일이나 하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대전협은 하루 빨리 제2차 의정협의에서 도출된 합의안인 수련평가기구를 만들고 호스피탈리스트(입원 전담 전문의) 도입을 의무화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명제 회장은 "지난 3월 전국 전공의 파업시 정부는 수련환경 개선을 약속하고 수련평가기구 마련 등에 합의했다"며 "하지만 지금 와서 남은 것은 수련환경 개선이 아니라 '개선된 것으로 작성해야 하는' 수련현황표 뿐"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수련병원이 전공의 근무시간 상한제를 지키도록 규제하고 이에 대한 빈 자리는 호스피탈리스트를 의무적으로 고용하도록 규정을 보완해야 한다"며 "원주세브란스병원 전공의들의 파업은 시작일 뿐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