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땅콩 회항 사건만 봐도 시대가 변했음을 알 수 있다. 환자의 권리가 신장되고 의사들은 더 이상 권위적으로 환자를 대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얼마 전 임기를 시작한 대한의료커뮤니케이션학회 이현석 신임 회장(현대중앙의원)은 최근 인터뷰에서 시대가 바뀜에 따라 의사와 환자의 관계도 달라져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의사와 환자 간 소통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의술로 환자를 치료하는 것도 의사의 역할이지만 환자의 마음을 편하게 해줌으로써 위안을 주는 것 또한 의사가 할 일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의사 역할, 환자 질병 치료만이 아니다"
개원 18년차인 이 회장은 과거 자신의 경험을 끄집어 냈다.
IMF시절 이 원장을 찾은 한 중년 남성은 신세한탄을 시작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해서 자수성가해 건실한 중소기업을 일궜는데 IMF가 터지면서 빚만 남았다는 게 그의 하소연이었다.
그는 자신 앞으로 남겨진 빚만 청산하고 죽을 수 있었으면 하는 게 마지막 소원이라며 절망적인 상황을 토로했다.
이 회장은 혹시나 자신의 환자가 나쁜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닌가 염려스러워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공을 들였다.
그러던 어느날 중년 남성은 밝은 얼굴로 찾아와 이 회장에게 감사인사를 하기 위해 사과 한 박스를 들고 찾아왔다.
모 기업에서 중년 남성의 부채를 모두 탕감해주고 회사를 정상화시켜주게 됐다는 소식과 함께.
그는 자신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있도록 힘이 되준 것에 감사함을 전했다.
사실 이 회장이 한 것은 별다른 것은 없었다. 다만 그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환자는 신체적이 고통보다 더 큰 심리적 고통을 치료받은 셈이다.
그가 환자와의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배경에는 이 같은 사연이 깔려있었다.
이 회장은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보다 전문적인 지식을 얻고 싶은 욕심에 신문방송학과에서 학사 학위까지 취득했다.
그는 "의사가 할 수 있는 일은 단순히 약 처방만은 아니다"라며 환자와의 관계를 거듭 강조했다.
"2016년이면 학회 10주년, 국제학회 추진"
이 회장의 이 같은 신념은 학회 운영에도 그대로 반영할 생각이다.
그는 의료커뮤니케이션학회를 열린학회로 만들기 위해 의사 이외 인문학, 신문방송학 전공자에게도 임원으로 임명하기로 했다.
그는 "의사들의 생각이 아무리 순수하고 명분있더라도 방법적으로 스킬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며 "각 분야 전문가를 영입하면 서로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사들에게도 보다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그는 "의료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는 것은 공감하지만 본인이 직접 참여해야겠다는 인식은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뜻이 있는 의사들의 저변을 넓혀가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2016년, 10주년을 기념해 국제 학술대회를 계획 중이다.
현재 미국, 유럽 등에선 의료커뮤니케이션 학회가 활성화 돼 있지만 아시아 지역에선 인도를 제외하고는 한국에서만 운영하고 있는 실정.
그는 "10주년을 계기로 아시아 지역에서 처음으로 의료커뮤니케이션 국제 학술대회를 개최,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새기는 계기를 만들겠다"고 각오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