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중앙대병원 중앙관 동교홀. 중앙대병원 흑석동 이전 1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 참석한 중앙대병원 전임 의료원장들은 타임머신을 탄 듯 중앙대병원 흑석동 시대 막을 연 2004년으로 돌아갔다.
특히 흑석동 시대 막을 함께 연 김세철 전 의료원장과 김건상 전 의료원장은 당시 어려웠던 시절을 회고해 눈길을 끌었다.
중앙대병원은 필동병원에서 흑석동으로 이전 직후인 지난 2004년도 최악의 경영상태였다. 이미 130억원 규모의 부채가 있었으며 그 상태라면 그해 150억원의 손실이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당시 병원에 접수되는 가장 많은 민원은 화장실에 휴지가 없다는 내용이었다. 관리를 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예산이 없어 애시당초 휴지를 놓은 계획자체가 잡혀있지 않았다.
심지어 대학 재단에선 "중앙대병원 때문에 중앙대학교가 망하게 생겼다"며 병원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김세철 전 의료원장은 "지난 2005년 중앙대병원이 흑석동 개원식을 열고 중앙대의료원장을 맡은 지 3개월째, 경리실장이 직원 월급 줄 돈이 없다며 함께 은행에 가자며 찾아왔더라"며 10년 전 상황을 어제 일처럼 풀어냈다.
서울시 중구 필동에서 돈이 부족해 쫒겨오다시피 해서 서둘러 개원식을 갖고 흑석동에 터를 잡은 지 10년.
김건상 전 의료원장은 한술 더 뜨며 1968년 필동에 개원했던 당시의 이야기를 풀어내 눈길을 끌었다.
중앙대병원 전신인 한국의과학연구소 부속 성심병원이 필동에 개원했을 땐 환자배식 시스템이 없어 직원이 지게를 지고 직접 계단을 올라 환자에게 배식하고, 의사실이 없어 외래 진료시간 이외에는 방사선실에 모여 장기를 두며 시간을 보냈다.
임상강의실도 변변치 않아 병원 인근 주유소 2층을 활용하고 직원식당이 없어 인근 식당에 쿠폰을 내고 식사를 하던 시절이었다.
김건상 전 의료원장은 "여기까지만 말하면 처절한 역사만 있는 것 같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며 "그동안 성과도 있었고 꾸준히 발전해왔다"고 했다.
김세철 전 의료원장은 "대학 재단에서 저평가 받던 중앙대병원이 훌쩍 성장해 외래환자 일 평균 3천명, 교수 논문실적 우수 평가를 받는 것을 보니 기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중앙대병원 김명남 부원장은 "2005년 1월 개원식을 한 이후 2011년도 용산병원 흡수 통합에 이어 다정관 확장 등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며 "지난해 상급종합병원 재지정되는 성과가 있었으며 올해 6월 의료기관 인증평가에서도 좋은 결과가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