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놓고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대한의사협회(회장 추무진)와 산하 한방대책특별위원회(위원장 유용상)가 2년만에 '출강 금지'라는 실력행사에 재돌입한다.
한의대에서 시행되고 있는 의학 교육이 되레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의 근거가 되고 있는 만큼 한의대로의 출강을 전면 금지하겠다는 방침이다.
16일 의협과 의협 한특위는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 주장과 관련해 특단의 조치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태호 대한한의사협회 기획이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한의대의 교육 커리귤럼에 포함된 진단의학, 방사선학 등을 보면 의대와 동등한 수준의 교육이 이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특히 한의대와 의대 교육 과정의 75%가 일치한다는 점을 들어 의료기기 사용을 주장한 바 있다.
이에 한특위 관계자는 "최근 의협에 의대 교수의 한의대 출강 금지를 요청했다"며 "한특위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의대와 한의대가 함께 있는 3곳 이상에서 출강이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2013년도에도 한의대에서 벌어지는 의학 강의가 현대 의료기기 사용 주장의 근거로 악용된 적이 있다"며 "당시 의료계 단체와 학회 등이 출강 금지와 자제를 요청했듯이 이번에도 출강 금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순수하게 학문의 교류라는 측면에서 출강을 했다고 하더라도 이런 행위가 한의계에 악용되고 국민 건강과 의학 발전에 위해로 작용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비윤리적인 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 한특위 측의 판단.
한특위 관계자는 "출강이 파생한 문제가 개인의 윤리적인 문제로 끝나지 않고 의료계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의사들이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의협에 출강 금지를 재결의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출강이 계속된다면 윤리위에 해당 회원을 제소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며 "실제로 과거 A의대의 교수를 비슷한 이유로 윤리위에 제소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한의계는 그저 과목 명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교과 과정의 75%가 겹친다는 주장을 했을 뿐이지 의협이 조사한 바로는 교양학부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그마저도 의대 교수의 강의 거부로 파행도 많이 겪고 있고, 교육만으로 면허없이 의료기기 사용을 주장하는 것은 낭설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특위의 요청에 따라 의협도 의대 교수의 출강 금지를 선언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의협 관계자는 "순수한 학문 교류의 측면에서 한의대로 출강해 의학 강의를 하고 있는 것을 현대 의료기기 사용의 근거로 악용해서는 안된다"며 "한의계가 이렇게 나온 이상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고 밝혔다.
그는 "의대 교수의 출강 금지 쪽으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며 "조만간 전국 의대에 공문을 보내 출강 자제를 요청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다만 출강 금지 결정이 실효를 거둘지는 의문으로 남았다.
2013년 전국의사총연합이 한의대로 출강을 나가는 주요 의대와 출강 인원을 공개한 데 이어 진단검사의학회와 대한병리학회도 한의대 출강 금지를 의결한 바 있지만 일부 교수들의 출강은 그대로 이뤄져 왔다.
의료계의 출강 금지 결의가 '선언'적 의미에 그칠 뿐 강력한 구속력을 발휘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의협의 출강 금지 결의 역시 전국 의과대학 총장에 공문을 보내 협조를 요청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한의협 관계자는 "한의대에서 다양한 의학 교육이 이뤄지고 있고 과거의 출강 금지 선언 이후에도 의대 교수들이 출강에 나서고 있다"며 관련 사실을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