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치료제 DPP-4 억제제와 SGLT-2 억제제는 경쟁 관계일까 아니면 공생 관계일까.
내분비내과 전문의들은 "국내 급여 기준상 DPP4와 SGLT2 병용이 인정되지 않고 베이스 약물인 메트포르민 이후 두 계열이 주요 선택 약제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경쟁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런 가운데 DPP4와 SGLT2를 모두 품은 제약사가 있어 이들이 향후 어떤 마케팅을 펼칠지 주목되고 있다. 두 계열 약제의 공동 판촉이 시너지 효과일지 아니면 역효과일지에 대한 궁금증이다.
업계에 따르면 DPP4와 SGLT2 판매 계약을 맺은 국내 제약사는 대웅제약과 유한양행이다.
이중 대웅은 SGLT2 '슈글렛(이프라글리플로진)'을 상반기에 출시할 예정이어서 조만간 SGLT2와 DPP4를 공동 판촉하는 최초의 제약사가 될 전망이다. 이미 대웅은 DPP4 '자누비아(시타글립틴)'를 팔고 있다.
관심은 대웅이 사실상 경쟁 관계인 두 약제를 어떻게 판촉하느냐다.
더욱이 대웅은 DPP4는 MSD와 SGLT2는 아스텔라스와 판촉 계약을 맺어 양사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결과를 안겨줘야하는 상황이다.
업계는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국적 A제약사 당뇨병약 PM은 "미국당뇨병학회(ADA)는 2015 가이드라인에 SGLT2를 메트포르민과 병합할 수 있는 약물에 새로 추가했다. 그리고 효과와 저혈당 측면에서 SGLT-2와 DPP-4 억제제를 '동급'으로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환자 상태에 따라 두 약제를 골라쓰도록 한 것인데 두 계열 약제가 경쟁 관계라는 뜻도 된다. 대웅이 각기 다른 두 회사의 DPP4와 SGLT2를 품고 두 회사를 만족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나마 유한은 대웅보다 나은 상황이다.
마찬가지로 DPP4 '트라젠타(리나글립틴)'에 SGLT2 '자디앙(엠파글리플로진)'까지 코프로모션 계약을 맺었으나 두 약제를 가져온 곳이 모두 베링거인겔하임과 릴리이기 때문이다.
다국적 B사 당뇨병치료제 PM은 "같은 회사에서 DPP4와 SGLT2를 얻어온 것과 각기 다른 회사에서 두 약제를 가져온 것은 마케팅 전략을 짤 때 하늘과 땅 차이다. 전자는 주력 제품에 한 품목을 서포트하는 식으로 갈 수 있지만 후자는 둘 모두를 만족시켜야한다. 대웅과 유한이 같은듯 다른 이유"라고 바라봤다.
이어 "DPP4와 SGLT2 병용이 당장 급여가 이뤄지지 않으면 두 약제를 모두 가진 회사는 우산장수와 짚신장수 아들을 둔 엄마 상황이 될 수 밖에 없다. 다만 두 곳에서 약을 가져온 대웅이 실적 압박을 더 받을 확률이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