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에 위치한 A수련병원은 최근 병원협회에 수련병원 지정을 취소해줄 것을 요청했다. 경영 악화로 정상적인 전공의 수련이 어렵다는 게 이유였다.
# 경기도에 위치한 B수련병원도 최근 가정의학과 레지던트 정원을 반납했다. 지도전문의가 수련에 신경쓸 시간에 환자 한명이라도 더 진료하는 데 낫겠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최근 탄탄한 경영상태를 유지해 왔던 중소 수련병원 중 일부 의료기관이 경영악화를 이유로 수련병원 지정 취소를 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어 주목된다.
병원계 일각에선 중소 수련병원의 수련병원 지정 취소는 의료계 근간을 지탱해 온 의료기관의 붕괴 현상으로 가볍게 여길 사안이 아니라는 우려가 새어나오고 있다.
A수련병원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아동병원으로 얼마 전까지만해도 복지부 지정 전문병원으로 전문성을 인정받아 온 의료기관이다.
하지만 지난 23일 병원협회에 수련병원 지정을 취소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병원 측은 "지속적인 경영악화와 전공의 정원 대비 환자진료실적 감소로 정상적인 수련이 어렵다"고 사유를 밝혔다.
또한 최근 정부의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안에 따라 수련환경 기준이 까다로워진 요인도 일부 작용하고 있다.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안에 따르면 전공의 수련시간은 주 80시간(교육시간 포함 88시간) 이하로 제한하고 당직은 주 3일을 초과해선 안된다.
또 최대 연속 수련시간 36시간 초과금지에 응급실 수련도 12시간 근무후에는 반드시 교대해야하며 당직일수를 고려해 당직수당도 지급해야한다.
B수련병원 병원장은 "최근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으로 근무시간도 제한이 되고 급여 수준도 과거와 달리 상당히 인상된 상황"이라며 "무엇보다 지도전문의도 갖춰야하는데 경영상황이 안좋다 보니 수련에 신경쓸 시간에 환자 진료에 집중하는 게 낫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련병원 기준도 까다로워지고 경영상황도 악화되면서 결국 지정 취소 결정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중소병원협회 한 관계자는 "A병원은 아동병원의 특성을 고려할 때 최근 야간진료하는 소아청소년과 의료기관이 급증하면서 과거의 경쟁력을 상실한 탓도 있다"면서 "생존을 위해 전공의 대신 전문의 인력을 투입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병원협회 한 관계자는 "중소 수련병원이라도 전국 의료기관 중 상위권에 있는 그룹인데 이들이 경영악화를 이유로 수련병원을 포기하는 현상은 안타깝다"면서 "병원계 붕괴의 적신호를 감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