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부터 A형간염 백신이 국가필수예방접종사업(NIP)에 들어가면서 A형간염 예방접종을 하기 위해 의원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29일 소아청소년과 개원가에 따르면 A형간염 백신이 NIP에 들어간다는 소식이 들리자 백신 대상자들이 발길을 끊었다. 접종비가 무료로 되는 5월까지 기다렸다가 맞겠다는 이유에서다. 지금은 2차 접종을 해야만 하는 환자들만 간간이 오고 있다.
A형간염은 총 두 번 맞아야 한다. 생후 12개월 이후 1차 접종하고 6~18개월 후 추가접종을 한다. 개원가에서 현재 A형간염 백신은 비급여이며 1회에 약 5만원이다.
서울 영등포구 A소청과 원장은 "돌 지나서 세 살 사이의 아이들이 A형간염 백신 적응증에 해당하지만 5월이면 무료가 되는 상황에서 괜히 맞으라고 권할 수가 없다. 2차 접종을 해야 하는 아이에게만 접종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구로구 B소청과 원장도 "A형간염 백신은 영유아면 거의 필수로 맞는다. 작년 12월부터 NIP 도입 얘기가 나오면서 아무도 안 맞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모들이 5월에 무료가 된다는 것을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의사 입장에서는 (권하기가) 아무래도 조심스럽다"며 "5월까지는 A형간염 백신 관련 수익은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 접종 건수가 많은 의원은 수익에 타격이 특히 더 클 것"이라고 털어놨다.
이러한 A형간염 예방접종 기피 현상 때문에 최근 일어난 베르나바이오텍사의 '이팍살' 자진회수 조치는 백신 수급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팍살은 A형간염 백신 시장 2위 제품으로 보령제약이 국내 유통을 담당하고 있었다.
일각에서는 이팍살 공급 중단으로 백신이 모자라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는 게 중론이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관계자는 "A형간염 백신 수급이 모자라지 않겠냐는 생각이 드는데 기본적으로 (지금은) 다들 안 맞고 있다"며 "A형간염은 시급성을 필요로 하는 백신도 아니므로 수급이 떨어지면 좀 미뤄서 접종하면 되기 때문에 공급 부족사태가 일어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관리과 관계자도 "이팍살 자진회수는 지난해 10월에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물량 부족 사태를 막기 위해 NIP 도입 시기를 5월로 미룬 것"이라며 "적정 수량 공급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