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MRI의 불필요한 중복촬영을 막기 위해 지난 2013년에 개발된 재검사 가이드라인을 적용해 전국적으로 시범운영을 실시한 결과 중복촬영이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재검사 가이드라인을 과도하게 적용할 경우 의사의 치료의 선택 여지를 좁히는 부작용이 발생될 수 있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일 대한영상의학회에 의뢰해 실시한 'CT·MRI 가이드라인 적용 시범운영을 통한 평가 연구' 결과 보고서를 공개했다.
앞서 2013년 영상의학회는 불필요한 고가영상검사의 중복촬영을 방지하는 등의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영상정보 교류 모형을 개발했으며, 실제 CT와 MRI검사에 대해 재검사 가이드라인을 개발·배포한 바 있다.
영상의학회는 이러한 재검사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전국 17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재검사, 이른바 중복촬영에 횟수 등을 조사했다.
시범운영 참여 의료기관 17개소는 전국 각지에 분포하는 기관으로 상급종합병원이 대부분이었으며 일부 종합병원이 포함됐다.
조사결과 재검사 가이드라인 시범운영을 위한 가이드라인 배포 전 해당 기관 외부 CT 검사 6762건 중 1159건에서 CT 재검사가 이뤄졌고, 가이드라인 배포 후는 6447건 중 1296건에서 CT 재검사가 이뤄졌다.
가이드라인 배포 전·후 재검사율은 배포 전이 17.1%, 배포 후가 20.1%다.
즉 재검사를 줄이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제정했지만, 오히려 재검사 횟수가 늘어난 것.
영상의학회 관계자는 "연구기간이 제한돼 재검사 가이드라인의 배포 효과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것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또한 동일 기간을 비교하지 않고 배포 전은 8월, 배포 후는 10월의 재검사율을 비교 함에 따라 계절별 내원 환자 구성차이 등이 감안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부위별로는 두부 CT 재검사 비율이 가장 높았으며, 가이드라인 배포 후 유의하게 재검사 비율이 증가한 부위도 두부로 나타났다.
흉부와 복부도 두부와 마찬가지로 재검사 비율이 각각 3.4%, 1.8%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CT 재검사, 추적 아니면 추가검사
재검사 가이드라인 적용한 후 CT 재검사 원인을 살펴보면 추적검사(가이드라인 적용 전 58.2%, 후 53.4%)가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추가검사(가이드라인 적용 전 24.2%, 후 20.8%)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검사 가이드라인 적용 후 추적검사와 추가검사 모두 일정하게 감소한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유 없는 재검사는 가이드라인 배포 전이 10.1%, 배포 후가 8.6%로 배포 후에 더 낮게 나타나는 반면, 허용 가능한 중복검사(화질불량)는 배포 전이 3.3%, 배포 후가 4.2%로 배포 후가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중복검사 비율 증가는 이전 실태조사에서 거의 발생이 없었던 unclassified(평가곤란)가 이번 시범운영에서 9.0%로 나타난 것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17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간 MRI 건수롤 조사한 결과 외부에서 촬영을 해 오는 경우도 적고 재검사를 하는 예도 매우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간 MRI는 MRI 장비 성능이 어느 정도 뒷받침 돼야 검사가 가능한데다, 중증질환에서 급여인정 횟수가 제한되어 있고, 비급여로 적용할 경우에는 검사비용이 비싸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쉽게 재검사를 처방하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영상의학회 관계자는 "재검사 가이드라인 효용성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불필요한 재검사는 동일 부위에 방사선 피폭을 증가시키고 의료비를 상승시키기 때문에 점차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부분임에 틀림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지만 과도하게 재검사를 규제할 경우 즉시 추가 정밀검사가 필요한 환자에게 최선의 치료를 하고자 하는 의사의 선택 여지를 좁히는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검사 가이드라인에 대한 임상의사 설문조사 결과 가이드라인 내용에 대해 대체적으로 동의하지만 일부 문구가 명확하지 않다는 의견이 있었다. 수정·보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