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등 대형병원을 비롯해 분당서울대병원, 아주대병원 등 쟁쟁한 강호들이 버티고 있는 남부에 비해 무주공산으로 버려졌던 북부권이 대학병원들의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가톨릭의료원이 제9병원 설립에 들어간데 이어 을지대가 1000 병상급 대형병원 설립 계획을 밝히며 급격하게 병상이 늘고 있는 것.
을지재단은 주한 미국 공여지에 1000병상급 대학병원을 설립하는 캠퍼스 조성안이 교육부의 승인을 마쳤다고 2일 밝혔다.
이에 따라 을지재단은 오는 2019년까지 1천병상 규모의 을지대병원을 걸립하며 간호학과, 임상병리학과 등이 들어서는 의정부 캠퍼스와 더불어 보건의료산업 융합 클러스터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의정부를 포함한 경기 동북부권에는 대학병원급 의료기관으로는 유일하게 800병상 규모의 의정부 성모병원이 운영중이다.
따라서 만약 의정부 을지대병원이 완공되면 지역 환자들을 대거 흡수하는 것을 넘어서 서북부권 환자까지 손을 뻗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설립 계획을 밝힌 곳은 을지재단 뿐만이 아니다. 가톨릭재단은 서울 서북부 지역인 은평 뉴타운내에 가톨릭 제9병원 설립을 확정한 상태다.
오는 2018년 완공을 목표로 설립되는 가톨릭 제9병원은 서울시 은평구 진관동 93-6번지(은평뉴타운지구)에 800병상 규모로 설립된다.
이를 위해 가톨릭학원은 새병원건립기획위원회를 구성해 지난해 4500평 규모의 새병원 부지를 만들었고 이후 SH공사와 추가 매입 절차를 진행해 총 6500평의 부지를 확보했다.
또한 병원의 특성화를 위한 새병원 전문분과위원회를 구성해 진료체계 설계는 물론, 특성화 센터 구축과 운영을 위한 조직을 발족했다.
결국 서북부 지역과 동북부 지역에 대형병원이 잇따라 설립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남부권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이 약했던 북부 권역이 대학병원들의 격전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A대학병원 관계자는 "강남을 중심으로 남부 지역에 급격하게 대학병원이 늘면서 완벽한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며 "상대적으로 인구에 비해 대형병원이 적은 북부로 시선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이처럼 북부 권역에 대형병원들이 줄이어 설립되면서 지자체들은 의료 접근성이 해소될 것이라는 장미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의정부시 관계자는 "의정부를 포함한 경기 북부에 대학병원이 1개에 불과해 지역 주민들이 서울로 나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며 "의정부 을지대병원이 설립되면 의료 접근성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급격하게 병상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 우려감을 내보이고 있다. 이미 서울과 수도권에 대학병원들이 즐비한 상황에 1000병상급 병원들이 더해지는 것에 대한 우려다.
B대학병원 관계자는 "의료 접근성을 얘기하지만 병원 부지에서 불과 7~8km만 차를 타고 나가도 인근 대학병원에 닿게 된다"며 "이러한 무계획적인 병상 확충은 공멸을 부를 뿐"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