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에 약 타러 갈 때마다 이 늙은이를 누가 이렇게 괴롭히는지 화가 난다."
서울시의사회(회장 임수흠)가 선택분업을 공론화하기 위한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환자들의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국민에게 분업 방식의 선택권을 돌려줘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어 공감을 통해 국민들의 여론을 등에 업을 수 있을 지 여부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4일 서울시의사회는 "의약분업 15년, 혜택은 충분히 누렸습니까?"란 제목으로 일간지에 광고를 게재했다.
눈길을 끄는 점은 의약분업에 대한 환자들의 구체적인 사례를 환자들의 문체로 소개했다는 점이다.
지방소도시에 사는 35세 남성의 사례를 보면 "어제 축구를 하다가 발목을 삐끗했다. 종합병원에서 목발을 짚고 (약국을 가기 위해) 신호등을 건너려니 저절로 욕이 나왔다"고 의약분업의 불편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시골읍내에 사는 75세 여성은 "나이 먹어 생긴 무릎관절염으로 고생하는 환자인데 병원 한번씩 가는 게 보통 힘든 게 아니다"며 "아픈 다리를 끌고 약국에 약 타러 갈 때마다 이 늙은이를 누가 이렇게 괴롭히는지 화가 난다"고 밝혔다.
수도권에 사는 55세 의사의 이야기도 담겼다.
그는 "병원을 잠시 쉬고 있는 의사지만 고혈압을 앓고 있어 후배 병원에 들러 처방을 받고 약국에서 약을 받는다"며 "약국에서 약을 탈 때마다 혈압 약 30알이 들어있는 한통을 집어주면서 30일치 조제료를 챙긴다는 걸 생각하면 은긴히 부아가 치민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서울시의사회는 "의약분업 이후 15년 동안 약국관리료, 조제기본료, 복약지도료, 조제료, 의약품 관리료란 다섯 가지 명목으로 약값을 빼고 약국에 지불한 돈이 무려 30조원이다"며 "다른 이제 국민에게 선택권을 돌려줘야 한다"는 지적도 곁들였다.
임수흠 서울시의사회 회장은 "의약분업에 관련한 실제 환자들의 사례를 모았고 그중 의약분업의 폐해를 직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사례를 광고로 실었다"며 "의약분업 15년간의 혜택이 과연 국민에게 돌아갔는지 정부가 살펴봐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