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년 전, 대법원은 세 가지 조건만 충족하면 임의비급여라도 부당청구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었다.
그러나 법원이 제시한 조건 세 가지를 충족해 법정 소송에서 병원이 승기를 잡기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님을 말해주는 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서울고등법원 제10행정부(재판장 김명수)는 최근 서울성모병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상대로 제기한 과다본인부담금 확인처분 등 취소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백혈병 또는 골수이형성증후군 환자 11명은 서울성모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면서 약 1억원의 비용을 지급했다. 이들은 병원에 지급한 본인부담금이 요양급여 대상에서 제외되는지 심평원에 확인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심평원은 서울성모병원이 요양급여기준을 위반해 검사, 처치, 약제, 치료재료 등에 대한 비용을 받았다며 과다본인부담금을 돌려줘야 한다고 했다.
그러자 병원 측은 심평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2009년부터 3년여간 3심까지 가는 법정싸움에서 대법원은 일부 환자에 대해 임의비급여 예외 조건 세 가지를 모두 충족했는지 다 심리하라고 주문했다.
세 가지 조건은 ▲임의비급여라 하더라도 건강보험의 틀 안에서 비급여를 할 수 있는 절차를 거치고, 치료의 시급성과 기준 개정 소요 기간 등에서 불가피성 인정 여부 ▲의학적 안전성과 유효성 등 의학적 필요성 입증 ▲미리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받았는지 등이다.
그리고 다시 2년이 지난 최근 서울고법은 파기환송심 심리 결과를 내놨다.
결과적으로 병원은 환자에게 돌려줘야 할 금액에 약간의 변동이 있을 뿐 예외적 임의비급여라는 것을 입증하는 데는 실패했다.
서울성모병원은 첫 번째와 두 번째 조건은 입증했지만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했는지를 증명하지 못 했다.
병원 측은 환자와 보호자의 사전 동의를 얻기 위해 입원약정서와 조혈모세포 이식 신청서를 받았다는 증거를 내밀었다.
우선 주치의들이 조혈모세포 이식 수술을 시행하기 전 최종 이식 전 가족 면담을 하고 1시간~1시간 30분 정도 이식수술에 관한 설명을 한 후 원무과 직원이 환자와 보호자에게 받은 '조혈모세포이식 신청서'는 주효하게 작용했다.
그러나 문제는 입원약정서였다.
입원약정서에는 '입원 치료 중 긴급수술이나 검사가 필요하면 귀 병원에서 보호자의 사전 동의 없이 시행한 진료행위(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 대상에서 제외되고, 진료상의 진단 및 치료에 필요한 비급여 항목 포함)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들어가 있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일반 환자 입장에서는 해당 문구를 해당 질병의 치료를 위해서는 요양급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법정 비급여 대상 진료행위가 시행 될 수 있고, 애당초 보험처리가 될 여지가 없이 본인부담으로 진료비를 부담해야 한다는 식으로 이해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입원약정서에 쓰인 문구를 환자와 보호자에게 구체적인 설명을 한 후에 동의를 받았어야 한다"며 "이를 입증할 증거가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