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 의대병원들은 서울과 수도권에 비해 중증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적 특성 상 해당 지역에서 중요한 거점병원 역할과 함께 지역 의료의 컨트롤타워 역할까지 해야 한다.
그러나 지방 의대를 막 졸업한 상당수의 의사들은 해당 지역을 떠나 서울과 수도권으로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 이러다보니 지방에서는 유능한 의료진이 부족하고 서울과 수도권에는 의사들이 넘쳐 나는 것이 현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입학 의대생의 절반 가량을 지역 내 인재로 채우는 지방 의대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바로 고신대학교 의과대학이다.
"지역 인재 비율 높은 고신의대, 비결은 학교 사랑"
고신의대 임학 학장(신장내과 교수)는 "예년에는 인턴 지원이 20명이 채 안됐는데 올해는 30명이 넘게 지원했다"며 "고무적인 점은 예전에는 의대생 중 지역 내 구성원이 30% 정도 밖에 되지 않았는데 올해는 부산과 울산을 포함한 경상도권 인재들이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학장은 "반드시 (졸업 후) 서울로 가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학교와 자신에 대한 정체성을 찾고 지역에서 일을 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높아진 것 같다"고 강조했다.
고신의대의 이같은 변화는 의대생들로 하여금 학교를 사랑하는 마음을 고취시키기 위한 노력이 뒷받침 됐기에 가능했다.
임 학장은 "의대생들이 학교를 사랑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학교를 어떻게 바라보느냐를 중요하게 여기고 교과 커리큘럼 외의 히든 커리큘럼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고 설명했다.
기독교 대학으로서 정체성과 신념을 지킨 것도 크게 작용했다.
임 학장은 "고신대학교 설립의 정체성에 맞춰 기독교 세계관을 구현하는 대학이라는 교육 목표를 가지고 하나님 앞에서 모든 걸 생각하고 행동하도록 힘을 기울이고 있다"며 "이것이 바탕이 돼야 학생들이 학교를 사랑하고 병원도 사랑하는 것은 물론 지역 내 인재들의 지원도 많아질 것이라는 굳은 신념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공의 수련의 키워드는 질 높은 수련과 인간다운 삶"
고신대복음병원은 최근 전공의 수련환경을 대폭 개선하면서 전공의 지원율을 끌어 올렸다.
임학 학장은 내과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임 학장은 "내과의 경우 지난해 전공의 모집 결과, 정원에 미치지 못했다"며 "우리의 사활이 걸린 문제라고 생각하고 구조개혁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고신대복음병원은 기획조정실장인 내과 최영식 주임교수의 주도 하에 전공의들이 힘들어 하는 점은 무엇인지, 개선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의견을 수렴해 이를 즉시 개선이 가능한 문제와 장기적으로 개선해야 할 문제로 구분해 구조개혁을 실시했다.
특히 분과제를 병동제로 바꾸면서 전공의들을 정시에 칼퇴근을 시켰다.
임 학장은 "전에는 전공의들이 '어차피 집에도 못갈텐데'라고 생각해 일이 늘어지는 경향이 있었지만 지금은 정시에 집에 갈 수 있어 업무의 효율성과 생산성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고 자평했다.
전공의들이 정시 퇴근을 하면서 남은 업무들은 스텝들이 분담했다.
그는 "지난해 응급실 당직의가 빈 적이 있어서 여러가지 해결방안을 생각하다 교수들이 몸으로 때우는 방법 밖에 없다고 판단해, 일정기간 교수들이 응급실 당직을 섰다"며 "교수들이 먼저 모범을 보이다보니 전공의들에게 힘도 되고 명분도 되는 등 구조개편에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고신대병원의 이같은 노력은 전공의 지원율로 이어졌다.
임 학장은 "올해 내과 전공의 모집 결과, 1명이 모자랐다. 예년에 비하면 선방한 셈"이라며 "월급은 많이 못줘도 전공의들을 우대하고, 병원이 전공의의 시각으로 그들을 바라본 것이 호평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전공의의 첫 번째 키워드는 돈이 아니다"며 "질 높은 수련과 인간다운 삶이야말로 가장 큰 가치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타 병원에 비해 진료과 간 분위기가 좋다는 점도 내세웠다.
임 학장은 "고신대복음병원은 다른 병원에 비해 각 진료과 간 분위기가 좋다"며 "특진비 때문에 진료과 간 사이가 안 좋은 병원도 있는데 고신대병원은 현안과 환자의 특징에 맞춰 입원과 치료를 하다보니 진료과 간 협조관계가 좋고 환자들도 이를 느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노력이 비록 당장 결과나 효과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병원이 자기만의 색과 가치를 고수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