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원 직선제 선출을 주요 골자로 하는 정관 개정안을 두고 대한의사협회 집행부와 대의원회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가운데 대의원회가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대의원들이 참여한 직선제 선거관리규정 개정안 서면결의에서는 압도적으로 찬성이 많은 반면, 대의원회 이름으로 발송된 공문에서는 직선제 대신 자율선출로 대의원을 선출하라고 요구하는 등 상반된 행동을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 27일 의협 선관위는 대의원 서면결의를 바탕으로 한 직선제 관련 선거 지침을 각 시도의사회 등 산하단체에 공고했다.
대의원 직선제 선출을 두고 의협 집행부와 대의원회가 평행선을 달리게 된 것은 복지부의 정관 개정 승인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면서부터.
집행부는 대의원 직선제 선출을 주요 골자로 하는 정관 개정안을 복지부가 승인한 만큼 직선제 기조에 맞춰 지역의사회 회칙을 변경해 대의원을 선출하라는 입장이지만, 대의원회는 복지부의 승인이 원안과 다르다며 대의원 선출을 각 지부 회칙의 자율에 맡긴다는 입장이다.
대의원 선출과 관련된 각 지부의 회칙이 주로 '간선제'라는 점에서 대의원회가 앞장서서 간선제로 대의원을 뽑으라고 주문한 것과 마찬가지인 셈.
반면 대의원들은 직선제와 관련된 선거관리규정 개정에 대해서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였다.
선거관리규정 개정안 서면결의에서 대의원 145명 중 찬성은 125명, 반대는 고작 19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서면 결의에는 "각 지부 비례대의원 정수의 범위내에서 직선제로 선출한 비례대의원 선거 절차를 적법한 선거로 추인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 대의원 선출 방식 역시 "비례대의원은 선거구 단위로 보통・비밀・평등・직접・비밀투표에 의해 직선제로 선출해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대의원들 스스로는 회원의 직접 투표로 대의원을 선출하는 '직선 방식'에 찬성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대의원들의 직선 선출에는 각 지부 회칙에 따라 자율적(간선제)으로 하라고 주문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인 것이다.
실제로 25일 대의원회 공문은 "자율적으로 대의원을 선출해 보고해 달라"는 내용을 포함한 반면, 대의원 서면결의를 바탕으로 한 27일 선관위 공문은 "직선제 방식으로 대의원을 선출해 보고해 달라"고 하는 웃지 못할 촌극을 벌이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정작 대의원을 선출해야 하는 시도의사회는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냐는 불만의 목소리를 제기하고 있다.
25일 송후빈 충남의사회 회장은 "의장은 직선이든 간선이든 마음대로 하라는 공문을 보내고 의협 집행부는 직선제 기조에 따르라고 주문하고 있다"며 "이런 콩가루 집안이 어디있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대의원회는 자신들이 입법기관이라고 하는데 견제 입장을 넘어서 매번 집행부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시도의사회로서는 의협의 말을 들어야지 변영우 의장의 입장을 따르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모 시도의사회 관계자 역시 "이미 복지부의 정관 개정 승인시 효력이 발생한 것으로 생각된다"며 "복지부의 승인 사항이 단순한 자구 수정을 넘어서 총회에서 의결된 개정안과 다르다고 할 정도인지도 의문이다"고 우려했다.
의협 역시 거들고 나섰다.
의협은 "총회에서 의결된 정관개정, 선거관리규정이 효력을 발생했고 선관위도 대의원 직선제의 선거 공고를 했다"며 "따라서 정관에 따라 반드시 직선으로 중앙대의원을 선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법무법인에 자문한 결과 2월 27일 이후 각 시도 등 산하단체에서 실시되는 선거는 개정 정관에 따라 실시돼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며 "각 시도에서 기존 회칙에 따라 대의원 간선제를 실시한 경우 이는 정관에 위반되는 선거이고, 그 효력이 부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시 말해 시도에서 개정 정관에 따라 대의원 직선제를 실시한 경우에만 해당 선거는 의협의 개정 정관에 따라 실시된 선거로 유효하다는 의미다.
추무진 의협 회장은 "지난 1월 25일 임시총회에서 확인한 회원들의 직선제 열망을 이제 실현해야 한다"며 "대의원회가 민의를 저버리는 일 없이 회원들의 뜻을 그대로 수용해 줄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촉구했다.
선관위는 직선제로 선출한 비례대의원 선거 절차를 적법한 선거로 추인한다고 못을 박았지만 이미 일부 시도의사회는 대의원회의 입장에 따라 간선제 선출을 선택한 곳도 있어 혼란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시도의사회의 경우 대의원회의 지침에 따라 직선제 선출을 무시한 곳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광주시의사회는 대의원회에서 공문을 준용해 기존의 방식대로 간선제 대의원 선출을 결정한 바 있다.
직선제 등 회칙 개정 사항은 대의원의 2/3가 참석해야 논의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미 정기총회를 끝마친 광주시의사회로서는 다시 한번 대의원을 한 자리에 모으는 것부터가 난관이다.
충남의사회 역시 직선제 방식의 회칙 개정 등을 위해 다음 주 임시총회를 연다는 계획이지만 의결 정족수의 충족 여부가 난제로 남았다.
앞서 충남의사회는 정기총회 자리에서조차 의결 정족수 미달로 직선제 안건을 자동 폐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