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에 투명한 유통질서 확립과 윤리경영을 위한 자율준수프로그램(Compliance Program. 이하 CP)이 확산되고 있지만 일각에선 공정경쟁규약의 불명확한 해석에 대한 불만도 높다.
한국제약협회는 지난해 7월, 공정한 경쟁 투명한 유통질서 확립 R&D 투자 확대 의약품 안전생산과 공급 등을 다짐하는 기업윤리헌장 선포식을 개최했다.
협회는 지난해 10월과 이달 각각 CP 워크숍을 개최해 윤리경영 실천의지를 다지고, CP의 개념과 실무적 현안에 대한 교육을 실시했다.
특히 지난 9일 열린 워크숍은 지난해와 달리 참가사 절반 이상이 중소제약사인 것으로 알려져, 윤리 경영을 향한 업계의 의지가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약업계에 CP 문화가 확산되는 만큼 CP 운용의 가이드라인 격인 '공정경쟁규약'에 대한 불만도 늘고 있다. 공정경쟁규약에 불명확한 부분이 있어 마케팅에 애를 먹고 있다는 것.
A 제약사의 한 PM은 의사 대상 제품설명회를 위한 장소 섭외에 고민이 많다. 전에는 주로 호텔에서 설명회를 열었지만 CP가 강화되면서 개최 장소가 마땅치 않아진 것이다.
그러던 중 '소극장에서 제품설명회를 개최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와 달리 연극은 공연이 끝나면 다음 공연까지 비는 시간이 있어 그 시간을 이용해 설명회를 하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제품설명회도 듣고 연극도 보게 하면 반응이 좋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소요비용도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러나 사내 CP 담당자의 답은 '노' 였다. 바로 공정경쟁규약 때문이었다.
'의약품 거래에 관한 공정경쟁규약'에 따르면 보건의료전문가에게 제품에 대한 과학적․교육적인 정보를 전달하고 환자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은 그 활동의 목적에 부합하는 적절한 장소에서 이뤄져야 한다.
특히 보건의료전문가에 대한 금품류의 제공을 제한하고 있는데 영화․연극 등 각종 공연 등의 향응을 금품류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해당 PM은 처방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만큼 충분히 소극장에서의 제품설명회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공정경쟁규약 상 연극 등의 제공을 제한하고 있지만 이는 의약품에 대한 채택․처방․거래와 관련한 이익이 약속돼 있는 경우다"며 "기획한 제품설명회는 처방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제품을 설명하는 자리다. 사회통념상 정상적인 상관례로 인정될 수 있는 범위인 만큼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해 제안했다가 거절당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공정경쟁규약에서는 단지 적합한 장소에서 하라고만 나와 있다"며 "차라리 소극장에서의 제품설명회는 안 된다, 영화관도 안 된다 등 구체적인 제한장소를 열거해주면 속이라도 편하겠다"고 하소연했다.
의대 동창회보에 일반의약품 광고를 내는 것은 문제가 없을까.
최근 B 제약사는 모 의대 동창회보에 일반약 광고를 게재하는 것에 대해 제약협회의 해석을 구했다.
B 제약사 관계자 "협회는 의대 동창회보에 기업광고나 일반약 광고를 싣는 것에 부정적 입장이었다"며 "일반약은 의사의 처방 증대로 이어지는 것도 아닌데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제약협회는 일반약이라도 의대 동창회보에 게제할 경우 경제적 이익 제공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제약협회 관계자는 "(의대 동창회보 부분은)아직 협회 내부적으로 정리가 안 된 부분인데 (제약사에)이런저런 이야기를 한 부분은 없다. 기업이 검토해서 결정할 사안이다"며 "그런데 의대 동창회보에 일반약 광고를 게제하는 것은 자칫 간접적인 경제적 이익제공 개념에 해당할 수 있다.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처방에만 국한해 생각하면 안 된다. 행위가 경제적 이익제공에 해당하는 지부터 봐야 한다"며 "어떻게 보느냐의 차이인데 공정경쟁규약에서 명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제품설명회 장소에 대한 세부적 명시가 쉽지 않다는 협회의 입장도 밝혔다.
제약협회 관계자는 "극장이든 영화관이든 아니면 대학 강당이든 호텔이든 어디서 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했느냐 안했느냐의 문제"라며 "기업의 판단이 중요하긴 하지만 왜 하고 많은 곳 중에 극장이나 영화관인지, 그곳이 정보전달의 장이 될 수 있는지 생각하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정경쟁규약에서 또는 협회에서 제품설명회 제한 장소를 일일이 열거하자면 업무가 끝이 없다"며 "케이스별로 판단하자는 것이 협회의 입장"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