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가 원하는 좋은 의사는 어떤 모습일까.
고대의대가 이 해답을 찾고자 연구소를 개소했다. 이름하여 '좋은의사연구소'.
고대의대는 의인문학, 교육학, 의학디자인 3개 분야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이 시대가 원하는 굿닥터를 양성하겠다며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날 개소식에 참석한 의대교수들은 사회적으로 좋은 의사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으며 의학계 내부적으로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 뜻을 함께했다.
대한의학회 이윤성 회장(서울의대)은 "사실 과거에는 좋은 의사까지는 바라지 않았다. 그저 의사면 충분했다. 하지만 이제 그냥 의사로는 곤란한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좋은 의사가 필요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굿닥터가 갖춰야할 소양으로 인문적 요소와 과학적 요소 즉, 인성과 실력을 겸비하는 것 이외에도 주관적 요소로 행복한 의사가 양성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의술과 윤리적인 소양을 갖추는 것과 동시에 의사 스스로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의사가 배출돼야 한다는 얘기다.
고대의대 김효명 학장은 "연구소를 허가받는 과정에서 가장 많은 질문이 '그럼 그동안 나쁜 의사만 양성했느냐. 과연 좋은 의사가 무엇인가'라는 것이었다"며 "고대의대가 추진 중인 좋은 학생 선발 프로젝트와 연계해 좋은 의사를 양성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연구소장을 맡은 안덕선 교수는 "세계의학교육연맹(WFME)에선 이미 40여년전부터 어떻게 좋은 의사를 양성할 것인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며 "한국도 선택이 아닌 의무사항으로 인식하고 준비할 때가 됐다"고 제시했다.
그는 또 의사의 선행을 장려하는 것에서 그치는 수준이 아니라 악행을 방지하는 보다 강화된 차원의 규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영국의 경우 의사가 부도덕적, 비윤리적 행위 등 악행을 범했을 때 면허를 제한하는 사례가 매년 60여건에 달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또한 안 교수는 한국의 의국문화를 바꾸지 않는 한 지금의 한계를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봤다.
그는 "폐쇄적인 의국문화가 가족적이고 단합이 잘되는 반면 정형화된 인간상을 만든다"며 "사회적 사안에는 무관심하고 조직 내 충성이 최고의 도덕성인 것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