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하며 진료 수익 감소에 대처하고 있는 대학병원들이 잇따라 차세대 IT시스템 마련에 나서고 있다.
과거 EMR, PACS로 대표되던 디지털 병원 전환을 넘어 병원의 특수성을 반영하는 자체 인프라를 구축하며 경쟁력을 확보하는 모습이다.
가톨릭의료원은 최근 산하 8개 병원을 묶는 차세대 의료정보 시스템인 nU2.0을 오픈했다.
이 시스템은 과거에 비해 속도가 150%나 빨라졌으며 8개 병원간 시스템 차이와 업무간 특성을 모두 반영할 수 있고 입원 진료에 한정됐던 것에서 벗어나 외래 진료와 간호 부분까지 영역을 넓힌 것이 특징이다.
즉, 부천성모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환자가 서울성모병원에 내원해도 일체의 자료없이 곧바로 정보를 확인해 진료에 들어갈 수 있다는 뜼이다.
이처럼 자체 IT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곳은 가톨릭의료원 뿐만이 아니다. 과거 외부 관리회사로부터 EMR, PACS 시스템을 구입해 병원 전산화를 이루던 모습은 모두 사라졌다.
대다수 대학병원들이 자체적인 의료정보 시스템을 개발하고 이를 병원에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세의료원은 U-세브란스3라는 통합 의료정보 시스템 개발을 위한 막바지 작업을 진행중이다.
이 시스템은 세브란스병원과 강남세브란스병원을 잇는 것은 물론, 세계 어느 곳에서도 환자가 자신의 진료정보를 확인할 수 있으며 의료진과 1대 1로 연결도 가능하다.
삼성서울병원 또한 내년 초 도입을 목표로 삼성전자, 삼성SDS 등 그룹사와 합작한 차세대 IT시스템 개발을 진행중이다.
이 시스템은 단순히 병원 정보 시스템을 넘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완벽한 환자 맞춤형 인프라를 구축하는 방안으로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대학병원들이 자체 병원 정보 시스템 구축에 나선 이유는 뭘까.
우선 가장 큰 이유는 병원 정보 관리의 효율화다. 진료에 최적화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곧 효율적인 진료 인프라로 이어진다는 판단이다.
서울성모병원 승기배 병원장은 "nU 2.0으로 과거에 비해 약 145%의 속도 개선을 이뤘다"며 "의료서비스 제공이 그만큼 신속해졌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즉, 한명의 환자를 진료하는데 150% 속도가 빨라지면서 그만큼 더 많은 환자를 볼 수 있다는 뜻이 된다.
두번째는 수출을 염두에 둔 먹거리 창출이다. 진료 수익이 한계치에 다다른 상황에서 부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안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병원 IT 분야의 선도 주자인 분당서울대병원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의 킹 압둘라 어린이 전문병원에 자체 병원 정보 시스템인 베스트케어 2.0 소프트웨어 수출 계약을 맺었다.
이를 통해 분당서울대병원은 70여명의 인력을 현지에 파견해 아랍 버전 대학병원 정보시스템을 구축해 오일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
길병원 또한 페루의 까에따노 헤레디야 병원과 IT 인프라 구축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병원 정보 시스템 개발과 의료서비스 운영에 대한 수출의 길을 확보한 상태다.
세브란스병원도 이미 중국의 3개 기관과 병원 정보 시스템 구축에 대한 양해각서를 맺은 상태다. 이를 통해 세브란스병원은 KT 후헬스케어와 연계된 수출형 시스템 개발도 나설 계획이다.
연세의료원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IT기술과 의료 수준을 갖춘 국가"라며 "차세대 병원 정보 시스템은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기 충분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