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계 보험정책에 정통한 박상근 병원협회장이 취임한지 1년 째. 회원병원들은 지난 1년을 어떻게 평가할까.
병원계에 따르면 "분주했지만 성과가 없었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뤘다.
특히 중소병원장들은 "간호인력난 등 병원계 고질적인 문제에 대해 해결한 게 없다"고 평가했다.
한편, 남은 1년간의 임기동안 뒷심을 발휘해 산적한 과제를 해결했으면 하는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다.
병협 내부에선 "성실한 회장"…회원 병원 "결과를 가져와라"
박상근 회장은 1년 전, 최우선 과제로 병원경영합리화를 최우선 과제로 꼽고 의료행위 표준화, 심사평가 합리화, 의료산업 활성화 등 3대 특별위원회 신설을 통해 병원계 고질적인 문제를 풀겠다고 했다.
특히 3대 비급여 축소에 따른 보상책과 의료기관 인증평가 및 수련제도 개선방안에 주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업무 수행 키워드로 '참여, 소통, 화합'을 꼽으며 3천여개 전국병원 즉 대학병원 이외 중소병원, 요양병원, 정신병원 등 지역별 혹은 직능별로 나눠진 병원계를 하나로 아우르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취임 1년 후, 병원협회 내부에선 성실하게 회무를 챙기는 회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지난 11일 63빌딩에서 개최한 취임 1주년 기념식에서 유인상 병협 사업이사 겸 총무이사가 박 회장에 대해 "짧은 시간동안 어느 때보다 많은 업무를 수행하며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며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일선 회원병원의 평가는 달랐다.
당장 최근 병원계 최대 이슈인 선택진료비 및 상급병실료 개편 등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이 정부가 밀어부치는 데로 추진되는 것을 지켜보며 병협의 정부 협상력에 대한 아쉬움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정책으로 병원계 경영 부담이 가중된 것과 관련해서도 병원계 목소리는 전혀 반영이 안 되면서 정부는 물론 대국민 설득에도 소득이 없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모 대학병원 교수는 "정부가 밀어부치면 병원계는 끌려가는 모양새가 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병협이 정부와의 협상력을 발휘했으면 하고 기대했지만 성과는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대학병원 교수는 "수가 인상까지는 기대도 안한다. 현실에 맞지 않는 인증평가 시스템만이라도 해결해줬으면 하는데 별다른 해법이 없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자동차보험에 이어 실손보험까지 심평원에 심사 위탁이 넘어갈 위기에 있으며 병원들은 여전히 불합리한 인증평가를 준비하느라 분주한데다 수련제도 개편으로 대혼란까지 맞이하고 있는 실정.
당초 박 회장이 최우선과제로 꼽으며 의지를 불태웠던 난제들에 대한 해결기미가 보이지 않는 게 현실인 셈이다.
씁쓸한 중소병원들 "대학병원만 회원인가"
당초 폭넓은 식견으로 직능별, 지역별로 나뉘어진 병원계를 하나로 아우를 것이라고 기대했던 중소병원들의 평가는 더욱 혹독했다.
모 중소병원장은 "병원을 운영하는 입장에선 당장 간호인력난 해소, 병원계 규제 완화 등 실질적인 대책이 시급한데 병협은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중소병원장은 "전공의 주 80시간 등 최대 현안이 상급종합병원만을 위한 얘기일 뿐, 중소병원에겐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다"며 "수년째 동결된 식대수가, 정신과 수가 문제부터 간호등급제까지 해결된 게 없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대형병원 위주의 정책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게 상당수 중소병원장들의 지적이다. 일각에선 지난 11일 열린 1주년 취임 기념식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한 중소병원장은 "병원계 전체가 경영난으로 허덕이는데 자화자찬 뿐인 취임 1주년 기념식 소식에 씁쓸했다"며 "간호사가 없어서 병원 문 닫게 생겼는데 지난 1년간 뭘 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누가 맡아도 기대감 없어…그래도 뒷심 발휘했으면"
더 문제는 병원협회 자체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다.
의료정책에 정통한 회장이 분주하게 움직여도 별다른 성과가 없다보니 "더 이상 협회에 기대할 게 없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한 젊은 의사는 "정부가 정책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더 이상 협회가 병원계의 목소리를 전달, 정책에 반영하는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중소병원계 한 원로 의사도 "누가 회장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라도 지금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게 더 심각한 문제"라며 "이것이 병원계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책을 개발해 정부와 협상력을 끌어올리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아직 절반의 임기가 남은 만큼 뒷심을 발휘해 현안을 해결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