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약 등 흔하게 처방되는 소화기 약제에 너무 빡빡한 급여기준이 적용돼 환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단일 성분 처방만 급여가 인정되면서 임상적으로 유용성이 인정된 병용처방조차 모두 삭감이 되는 불합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A대학병원 소화기내과 과장은 12일 "현재 위장관 운동 촉진제에 단일 성분만 처방이 가능한 이상한 급여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며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급여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위장약의 처방 금액이 너무 크다보니 이를 줄이기 위해 의학적으로 유용한 병용처방까지 막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러한 문제는 소화기 질환에 대한 모든 의료진이 공감하고 있는 부분이다.
대부분의 교수들은 아주 쉽게 질환을 잡을 수 있는데도 병용처방을 피하기 위해 계속해서 약만 바꾸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반문하고 있다.
B대학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가장 흔하게 처방되는 소화제인 모티리움(한국얀센)을 예로 제시했다.
이 교수는 "모티리움을 처방해 증상이 나아지는 환자는 70% 정도"라며 "하지만 나머지 환자들이 모두 호전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들 중 대부분은 증상이 나아졌지만 약간의 보완이 필요한 환자들"이라며 "이럴 경우 병용 처방을 활용하면 쉽게 증상을 잡을 수 있는데도 모티리움을 포기하고 가스모틴 등으로 무조건 처방을 바꿔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전혀 성분이 다른 약제인데다 병용해도 문제가 없는 약들이지만 하나의 약으로 호전되지 않으면 다른 약으로 처방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최근 주목받는 세로토닌 제제들도 마찬가지 상황"이라며 "이 또한 단일 성분 제제만 처방이 가능하며 병용 처방이 금지되어 있다"고 털어놨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적어도 일정 부분 유용성이 인정된 부분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급여기준에 대한 정책 기조는 존중하지만 너무 빡빡하게 의학적 근거만 요구하는 것도 환자들에게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A대병원 소화기내과 과장은 “적어도 학회에서 전문가들이 의견을 모으고 판단한 부분에 대해서만 이라도 임상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며 “급여기준 때문에 몇번씩이나 약을 바꾸면서 먹어야 하는 환자들의 불이익도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