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깃만 잡는 표적항암제. 어떤 약보다 이상적이다. 하지만 만들기 어렵다. 투자되는 시간과 돈이 상상 이상이다. 그만큼 개발에 위험 요소도 크다.
로슈는 표적항암제 부자다. 특히 HER2(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양성 유방암 치료제는 로슈로 표현될 정도다. 모든 단계를 아우르는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어서다. 30년 이상 이 분야에 투자한 결과물이다.
HER2 양성 유방암 치료에 있어 로슈의 위용은 이 계열 최초 항체의약품 '허셉틴(트라스투주맙)' 처방액만 봐도 알 수 있다. 관련 질환 1차약인 '허셉틴'은 지난해 930억원(IMS 데이터 기준) 처방액을 올렸다.
특히 로슈의 '허셉틴(트라스투주맙)+퍼제타(퍼투주맙)'와 사노피 '탁소텔(도세탁셀)' 3제요법은 유방암치료제 최장 전체 생존율(OS)을 경신했다.
대규모 3상 CLEOPATRA 임상 연구(n=808)에서 자그마치 56.5개월을 기록했다. 기존 표준요법인 허셉틴+탁소텔 40.8개월보다 15.7개월을 늘렸다.
의료진들은 퍼제타 3제요법을 진행성 암 임상 연구에서 찾기 힘든 높은 의학적 성취라고 평가했다.
주목할 약물은 또 있다. 유방암 분야 최초의 항체약물결합체(ADC) '캐싸일라'가 그것이다. 1차 치료에 실패했을 때의 대안이다.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임석아 교수는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 가운데 1차 치료에 실패해 표적치료제와 세포독성 항암제 병용투여를 할 경우 이상반응으로 말기 삶의 질이 악화되는 문제가 있다. 캐싸일라는 세포독성 항암제와 병용하지 않으면서도 치료 효과와 삶의 질 개선에서 효과를 보인다"며 주목했다.
이밖에 로슈는 비호지킨림프종/만성림프구성백혈병 '맙테라(리툭시맙)', 대장암 '아바스틴(베바시주맙)', 직장/유방/위암 '젤로다(카페시타빈)', 전이성흑생종 '젤보라프(베무라페닙)', 췌장암/비소세포폐암 '타쎄바(엘로티닙)' 등 다수의 항암제를 보유중이다.
이중 '맙테라', '아바스틴', '타쎄바', '젤로다'는 지난해 각각 332억원, 260억원, 227억원, 170억원의 처방액을 기록한 블록버스터 약물(100억원 이상 제품)이다.
다만 표적항암제는 고가다. 이는 곧 풀리지 않은 급여 이슈가 산적하다는 소리다. '퍼제타', '캐싸일라' 등이 대표적이다. 로슈의 숙제다.